영구정지 BJ 버젓이 방송
사업자 규제 기준도 모호
방심위, 토론회 토대로
하반기 가이드라인 보완
자율규제협의체 대안 부상
사업자 규제 기준도 모호
방심위, 토론회 토대로
하반기 가이드라인 보완
자율규제협의체 대안 부상
인터넷 방송의 선정성, 폭력성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이 문제를 일으켜 영구 방송정지 처분이 내려진 개인방송진행자(BJ)를 슬그머니 다시 방송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문제가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인기 BJ들에겐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데 그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정부 규제는 없다. 업체가 자체 처벌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는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업계 자율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BJ들이 선정성, 폭력성 등 문제 방송으로 영구 방송정지 처벌을 받고도 '사면'을 받아 다시 방송에 복귀하거나, 다른 인터넷방송 플랫폼으로 옮겨 방송하는 사례가 잦아, 업계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인기 BJ '갓성은'(179위)은 지난해 11월 음란물을 여과 없이 노출한 행위로, 업체로부터 방송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측의 오류가 인정돼 올 1월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또 BJ '러너교'(5위) 또한 순위 조작하기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이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방송에 복귀했다. 유명 BJ '철구'(21위)는 2013년 방송 중 성범죄자 행위를 따라 하는 방송을 했다고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6개월 후인 이듬해 슬그머니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인기 BJ '커멘더지코'(33위)는 지난해 9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아프리카TV 책임자와 함께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지만, 지난 4월 또다시 장애인 비하 발언을 반복해 '90일 방송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인기 BJ는 '성 상납'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영구정지 처분을 당했지만, 곧이어 다른 인터넷방송으로 갈아타 방송을 재개했다.
업계에선 인터넷방송 서비스가 BJ의 전자화폐(사이버머니. 시청자가 방송 중에 지급)를 나눠 갖는 수익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사업자들이 BJ의 문제 행위를 묵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업자와 BJ가 공동으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사업자의 암묵적 동의 아래 BJ가 더 자극적인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자율규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와 팝콘TV 등 인터넷방송 사업자는 BJ가 이용자로부터 받는 전자화폐인 '별풍선', '팝콘' 등을 현금화해 20∼60%의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수익금을 BJ에게 지급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올 상반기(2분기) 매출 비중에서 '별풍선' 등 전자화폐 매출 비중은 99.3%(7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명확하고 통일된 규정과 기준을 만들어 문제 BJ를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규제 당국은 사업자들이 자체 처벌한 BJ를 계속 출연시키거나 '사면'을 통해 다시 방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 불법 행위 공간을 제공한 방조책임 및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며 "사업자의 자율규제 현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일정 수준 이하의 평가를 받을 경우, 사업승인을 취소하는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BJ에 이용 정지나 이용 해지 처벌을 내릴 것을 사업자에 권고하고, 사업자는 자율적으로 세운 기준을 통해 BJ를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의 이용 정지나 이용 해지 처벌은 시행 날짜나 기간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 예컨대 아프리카TV는 '방송 수위 및 사안에 따라 제재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무줄 제재'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당국인 방심위는 지난 7월 사업자 대상 CEO 간담회와 인터넷방송 건전화 방안 모색 토론회 등을 개최한 것을 토대로 방통위와 함께 하반기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구정지를 당한 BJ들이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이동해 방송할 수 없도록 사업자 간 자율규제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관계자는 "세미나 등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안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업계 자율규제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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