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아직 검토중"… 혐의조사 의지 있나
2013년 "혐의 없다" 판결 이후
"시장상황 달라진게 없다" 뒷짐
모바일 앱 선탑재 피해 '명백'
종속성·역차별 심화 가속 전망
ICT업계, 신속 조사 '한목소리'
2013년 "혐의 없다" 판결 이후
"시장상황 달라진게 없다" 뒷짐
모바일 앱 선탑재 피해 '명백'
종속성·역차별 심화 가속 전망
ICT업계, 신속 조사 '한목소리'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독과점에 따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해외 각국이 과징금 부과 등 제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 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공정위는 "혐의 조사와 이에 따른 제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계속 검토 중"이라며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구글의 앱마켓(구글플레이), 동영상 플레이어(유튜브), 지도(구글 맵) 등 모바일 앱 선탑재에 따른 경쟁 제한 등 피해가 명백한 만큼, 공정위가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 등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신속히 조사해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결과와 제재 수위를 속속 내놓고 있지만, 공정위는 적극적인 혐의 조사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2013년 앱 선탑재에 따른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그 때와 지금의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위가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만간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현재 공정위가 살펴보고 있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전혀 결론 내린 게 없다.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유럽집행위원회(EC)는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고, 4조~8조원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뒤늦게 공정위는 5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시장 모니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사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니까 공정위는 이제 막 시장에서 자료수집 등을 시작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지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즈(현 카카오)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내 구글검색을 선 탑재하고, 국내 포털업체의 검색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여의 수사 끝에 지난 2013년 7월 "구글은 선탑재 이후에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머문 반면 네이버의 점유율은 계속 70%대에 머물렀다"며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2013년 판결 때와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여전히 구글보다는 국내 업체의 검색 점유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검색 서비스에 한한 것이고, 앱마켓이나 동영상플레이어 등 다른 앱 선탑재에 따른 시장 경쟁 제한 효과과 분명히 있다는 게 국내 ICT 업계 주장이다. 또 EC가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독점적으로 앱을 사전 탑재한 댓가로 단말기 제조사와 무선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경쟁 OS를 탑재한 단말기 판매를 막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국내에서도 똑같이 일어났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는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검색·앱마켓·동영상·웹브라우저·지도·메일 등 휴대전화 앱 선 탑재(끼워팔기)에 따른 부당 경쟁 행위 △앱마켓(구글플레이) 내 앱 무단 삭제, 높은 수수료(30%)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4.11%다. 이는 서유럽 시장의 점유율 71%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동영상플레이어, 웹브라우저, 앱마켓 등 앱 선탑재로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고, 앱 개발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건전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며 "구글에 대한 종속성,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 독과점에 따른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시작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는데, 구글 판결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선 안 된다"며 "5년이면 독과점에 따른 시장 피해가 막대하게 불어난 뒤이기 때문에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러시아 연방 반독점 규제기관인 연방독점청(FAS)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관련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제한 혐의와 관련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혐의가 있다 보고 과징금 675만 달러(74억원)를 부과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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