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서 CJ E&M 애니메이션 사업본부 제작국장
![[DT광장] 애니메이션, 장르 스펙트럼 넓혀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2202102369104001[1].jpg "[DT광장] 애니메이션, 장르 스펙트럼 넓혀라")
현재 삼사십대 중장년층이 어릴 적 봤던 국산 애니메이션은 지금과는 달리 공중파의 굉장히 좋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방송을 했었다. 그리고 작품 경쟁력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시청률이 무려 50%가 넘는 작품('날아라 슈퍼보드', 56.9%)도 등장했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의 최고 시청률(38.8%, 조사기관 '닐슨코리아')보다 한참 높은 수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시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더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날아라 슈퍼보드', '머털도사와 108요괴', 아기공룡둘리' 등)이 꾸준하게 나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끼리의 선의의 경쟁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30년 전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는 시간이 흐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고, 거기에 자본력과 기술력이 더해져 소비자들이 원하는 완성도 높은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양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함께 한다. 하지만 작금의 국산 애니메이션은 완성도 면에서는 다른 문화 콘텐츠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해오고 있지만 다양성 부분은 오히려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30년 전의 상황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다양성이 희미해져 가게 된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총량제라는 국산 애니메이션 쿼터제의 도입이다.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위한 일정 시간과 비율로 국산 애니메이션을 의무편성을 하도록 한 제도였지만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로의 집중 편성, 판권료 삭감 등 국산 애니메이션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은 낳게 되었다.
두 번째는, 뽀로로와 또봇과 같이 특정 타깃과 장르의 애니메이션의 편중된 제작이다. 2003년 11월 <뽀롱뽀롱 뽀로로>라는 타이틀로 국내 공중파를 통해 첫 방송을 하고 공존의 히트를 치자 그 이후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누구나 할거 없이 뽀로로와 같은 유아 타깃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당연했다. 당시 뽀로로의 시장점유율과 그에 따른 라이선싱 사업매출이 엄청났고, 누구나 거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뽀로로의 아성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뒤로 2010년 3월 <변신자동차 또봇>이 등장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흐름이 남아 중심의 메카물이 주가 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뽀로로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편중된 제작의 흐름이 다양성을 해치고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깃과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방송국도 다양한 시간대로의 편성을 고려할 것이고, 예전처럼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이 애니메이션에 열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애니메이션산업 또한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은 하나로 이어져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와 장치를 좀 더 견고하게 만들어 지원을 확대해줬으면 한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영세하다. 그렇다보니 회사 운영을 위해 자체 기획보다는 외주작업(OEM)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화 콘텐츠는 나라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탄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 차원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원 확대를 통해 제작사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애니메이션에서도 한류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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