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
![[디지털산책] VR에 파고든 사이버음란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2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VR에 파고든 사이버음란물")
얼마 전 음란물과 몰카영상 유통의 근원지였던 소라넷 서버를 폐쇄했다는 경찰청의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SNS에는 소라넷을 곧 재개할 예정이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이러한 허위게시물을 무시해도 된다는 경찰측의 말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 말이 사실이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소라넷을 폐쇄한 경찰청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왜냐하면 소라넷 서버는 폐쇄했지만 그 운영자를 아직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초고속정보통신망이 활성화되어 있고 누구든지 세계 각국의 서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하에서는 사이버음란물의 유통을 막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라넷 말고도 음란물 유통 기능을 수행하는 유사 사이트는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고 언제든지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국내외 서버에 존재하는 많은 내용의 음란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이버음란물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검색서버가 바로 구글이다. 물론 구글 검색창도 음란물 관련 금칙어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므로 만일 음란물이 검색되면 이를 검색목록에서 삭제한 후 나머지만 보여주도록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특정한 하나의 글자나 '제목없음'을 검색하면 음란물이 주루룩 검색되는 것처럼, 여전히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어 사이버음란물 이용자에게 그 이용을 방해할 만큼 지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을 수행할 뿐이고 실제로 음란물을 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음란물 저장탱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이트는 텀블러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음란물제공 외국사이트가 있을 것이고 이러한 사이트에 저장된 음란물이 구글과 같은 검색서버를 통하여 검색되어 언제든 이용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사이버음란물 단속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국내 서버에서 운영되는 음란물은 적발 즉시 단속 및 퇴출이 가능하지만 경찰권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 서버에 존재하는 음란물에 대하여는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국내에 음란물사이트 운영자가 있는 경우에도 그 운영자를 체포하지 못한다면, 해당 국가의 경찰이나 정부기관의 협조를 얻는 등 장기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더라도 운영이 재개될 위험성은 항존한다.
최근에는 우동이라는 용어가 음란물의 검색어로 주목받고 있다. 우동은 VR 기기용 음란물을 뜻하는 은어다. 야동이라 하지 않고 우동이라고 하는 이유는 야동인지 쉽게 알지 못하도록 단어를 우동이라 바꾸어 부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우동이라는 새로운 은어를 이용한 VR 음란물 정보가 노출되어 왔다. 검색창에서 VR우동을 검색하면 성인콘텐츠를 포함한 우동 체험기 및 정보공유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이 뜨거나 성인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는 VR우동이 포함된 어플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트렌드를 검색해보면 지난 1년간 VR우동 검색량은 5월에 최고를 기록했고 매월 상당한 수준의 검색량을 보이고 있다. 구글트렌드도 지난 2015년 이후 VR우동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 4월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관련 검색어인 VR우동 torrent, 기어 VR우동, 일본 VR우동, 우동사이트 등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찾는 사람은 급격히 늘었는데 포털이나 카페, 커뮤니티에서는 대응이 매우 늦은 셈이다.
사이버음란물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매우 뒤처져 있는 것 같다. VR우동은 VR기기를 구입해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아직 그 이용이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구입량이 늘고 있고 그에 따른 음란물 이용량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최근 VR용 음란물을 포함하여 전체 음란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용방식이 일반 인터넷상 음란물과 다르므로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VR우동 체험기 등 관련 글도 규제해야 한다. 미성년자들이 이러한 음란물 체험기를 통해 음란물정보에 접촉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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