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제페토 e스포츠 담당 PM
![[포럼] e스포츠 인식개선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2902102251607001[1].jpg "[포럼] e스포츠 인식개선 시급하다")
"오버워치를 아십니까?" 지난 6월 29일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를 언급했다. '오버워치'는 200주 이상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지켜온 '리그오브레전드'를 밀어내며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게임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3,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현재 게임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외산 게임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는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 PC방 점유율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다. 그 두 게임의 점유율만 합쳐도 50퍼센트가 넘는다. 이러한 현상은 모바일 게임 시장도 마찬가지다. 구글 플레이 매출 차트만 살펴보아도 중국산 게임들이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 대거 포진해 있다.
더불어 최근 게임업계를 뛰어 넘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는 국내 정식 출시 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운로드 수가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출처: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 한때 1등이라 자부하던 국산 게임의 입지가 외산 게임들로 인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의 부정적인 시선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 의원의 말처럼 '게임을 질병과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양산형 게임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사들의 성장도 풀어야할 숙제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과 콘텐츠 고민은 필수다. 다양성이 결여됐다는 것은 곧 경쟁력이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개발사가 주체가 되어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큰 의미가 있다. 게임을 골자로 한 핵심 콘텐츠인 e스포츠가 활성화되면 해당 종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게임 서비스의 수명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방송 및 광고 수익, 판권 등의 부가가치 창출은 덤이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고 그 위상도 높아졌다.
실제로 게임 시장 조사 업체인 '슈퍼데이터 리서치'는 2015년 조사 결과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6억 1200만 달러(한화 약 6750억 원)로 집계했다. 유명 월스트리트 저널 'Venture Beat'는 글로벌 e스포츠 시청률이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슈퍼볼'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 2014년에 이미 e스포츠 시장이 226억 위안(약 4조원)대의 규모를 달성했으며, 국가 공식 e스포츠 팀 결성 등의 국가적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FPS 게임 '포인트 블랭크'를 탄생 시킨 국내 게임사 '제페토'는 2011년부터 매년 '포인트 블랭크'를 단일 종목으로 내세운 글로벌 e스포츠 리그 'PBIC(Point Blank International Championship)'를 진행해왔다. e스포츠를 통해 게임을 넘어선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면 이는 곧 게임 플레이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선견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포인트 블랭크'는 인도네시아, 터키, 중남미 등 전 세계 100개국에서 서비스 되어 1억명 이상이 즐기는 글로벌 인기 FPS 게임으로 성공했다.
제페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5월 말 'PBWC(Point Blank World Challenge)'라는 글로벌 리그를 신설, 국내 첫 개최로 이슈몰이를 했다. 점차 e스포츠 리그가 줄고 있는 국내에서 단연 눈에 띄는 행보이다. 'PBWC 2016'에는 러시아, 브라질, 필리핀 등 총 6개국이 참가했으며, 각 국가의 대표팀 선발을 위한 예선전에만 5300여개의 팀이 참가해 포인트 블랭크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올 하반기 개최될 'PBIC 2016'도 벌써부터 그 기대감이 높아 각국 예선전 참가 신청 열기가 뜨겁다.
또한 '제페토'는 국내 e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홍대에 e스포츠 전용 구장을 갖춘 복합 PC 문화 공간 '제트피씨(Z:PC)'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제트피씨 에서는 게임 관련 업체 뿐 아니라 게임 동호회 등에서 주최하는 소규모 리그 대관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소수의 유저들 외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서 e스포츠가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제페토처럼 개발사가 직접 나서서 e스포츠 사업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워게이밍 등의 게임 개발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e스포츠 사업을 전개하며 빠르게 세계화에 성공했다. 대회와 리그를 직접 주관한 덕분에 큰 수익도 얻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과감한 인터넷 망 투자와 자연스레 형성된 PC방 문화 등을 발판으로 세계에서 명실상부 온라인 게임 강국, 혹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평가되어 왔던 과거가 무색하다. 거기에 국내 인기 리그 종목이 국산 게임이 아니라는 점도 씁쓸함을 더한다.
e스포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지금,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미진한 e스포츠 사업 진출은 여러모로 안타깝다. 다양한 환경적인 제약으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 수익에만 급급하기 보다 국내의 e스포츠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개발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한국 게임 산업의 성장과 e스포츠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게임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부터 조금이라도 앞장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