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지나친 비난 예방노력 약화 초래
기상청도 '예보관 중심'으로 운영 돼야
기상청도 '예보관 중심'으로 운영 돼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568) 기상청과 일기예보](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31021010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68) 기상청과 일기예보")
일기예보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오보청·구라청도 모자라 이제는 엉터리 예보를 쏟아내는 '양치기 소년' 돼버렸다. 올 여름의 일기예보가 엉망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장마 기간에는 강수예보적중률이 평소의 절반인 49%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곧 끝날 것이라는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기상청이 폭염에 지친 국민들을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일기계보에 대한 우리의 불만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태풍의 진로와 세기에 대한 예보가 단순 오보가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 예보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87년 고흥반도에 상륙해서 343명의 사망자와 4천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남겼던 태풍 셀마의 경우가 그랬다. 특히 서울의 주말 강수 예보가 문제였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비난을 한 적도 있었고, 기상청장이 오보 때문에 경질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장관 물망에 올랐던 기상청장이 오보에 대한 여론 때문에 낙마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선진국도 오보에 시달려 왔다. 미국 기상청도 지난 12일부터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를 휩쓴 기록적인 홍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역사적인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을 만들고,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예보도 정확하지 못했다. 2008년 쿠바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구스타브(8월)와 아이크(9월)에 대한 미국 기상청의 오보는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육지에 상륙하면 초대형으로 발달해서 인구 밀집지역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시장과 주지사는 물론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연방정부는 방위군과 공병대까지 동원해서 모두 400만 명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실제 구스타브와 아이크는 육지에 상륙한 후에는 곧바로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되어 버렸고, 인구 밀집 지역을 지나가지도 않았다. 일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1995년 7월 30일 남미 칠레의 해안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덮쳐올 것이라는 경보를 발령하고, 정부는 태평양 연안의 모든 마을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밤새워 대피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러나 기상청이 예보했던 쓰나미 예보는 오보였다.
기상청의 오보에 대한 미국과 일본 사회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오보에 대한 불평은 없었다. 기상청이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비판조차 없었다. 오히려 미국의 대통령·주지사·시장들은 앞으로도 기상청의 재난 예보를 믿고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본도 재앙적인 쓰나미가 덮쳐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을 뿐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기상청의 오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기예보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기예보가 일상의 불편이나 짜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기상 재앙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노력이라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보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오히려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 아무 쓸모없는 과거의 기상 기록이나 뒤지고, 기상청의 보도자료나 베끼는 수준은 벗어나야 한다.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모델에 대한 당연한 투자를 기상청에 베풀어준 대단한 특혜나 되는 것처럼 비웃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 기상청을 늑대 소년으로 만든 후의 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경제·사회 분야의 전문가 예측이 빗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힘없는 기상청만 난도질하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자세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물론 기상청도 달라져야 한다. 기상청을 예보관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기상청이 무책임한 언론의 부당한 비난에 주눅이 들어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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