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디지털산책] 17층 `비닐하우스 빌딩`의 비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2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17층 `비닐하우스 빌딩`의 비밀")
최근 급격한 산업의 변화가 IT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음식'에는 그런 변화가 그다지 없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농업은 1차 산업이고 땅에서 나오는 가장 자연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어쩌면 그 말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분야도 최근 푸드테크(Foodtech)와 스마트 농업을 필두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농업을 바꿀 IT기술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드론의 활용이다. 드론을 이용하면 소규모 농가는 경제적으로 영농을 하고 대규모 농가는 농사에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쉽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드론을 농업에 적용하는 것에 활발한 연구와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드론이 작물의 60cm 정도 위를 비행하며 씨나 비료, 농약을 살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농약의 경우, 농약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작물에만 뿌릴 수 있게 되므로, 지하수로 농약이 흘러들어가지 않아서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고 농약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드론을 통해 전반적인 농업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되면, 땅을 보고, 날씨를 체크하고, 질병이 생기는 지역을 찾아내고, 작물들이 잘 자라는지 등을 체크하는 전반적인 역할을 드론이 담당하게 된다. 현재 개발되어 시판되는 농업용 드론의 무게가 23㎏ 정도에 가격도 계속 저렴해 진다고 하니 스마트 농업의 한 축으로서 드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농업에도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스웨덴의 플란타곤(Plantagon)이다. 이미 이 분야에서 10년이 넘게 전문성을 쌓아온 농업디자인 기업인 플란타곤은 링코핑(Link ping)이라는 도시에 17층 53m의 높이의 비닐하우스 빌딩을 건축하고 있다. 플란타곤의 비닐하우스 빌딩 기술의 핵심은 빌딩 내부에 존재하는 '이동 나선(trasportation helix)'이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자동화된 이동경로를 따라서 컨베이어가 식물들을 이동시키고, 식물들이 나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태양에 최대한 노출이 된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비닐하우스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며, 동시에 물과 에너지, 농약 등도 훨씬 적게 소모하면서도 식물들은 잘 자라게 만든다. 커다란 이동 나선에는 다양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가벼운 트레이들이 설치되는데, 이 트레이에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저장소와 실제 식물들이 담긴 여러 개의 화분들이 위치한다. 작물의 수확은 1층에 설치된 자동수확기계가 하게 되며, 수확을 한 뒤에는 트레이와 화분이 동시에 살균처리 된 이후에 새로운 식물을 심고 다시 기를 수 있다. 이런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높은 수준의 IT기술이 통합되어 있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길러내는 육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이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련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육류는 소 등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근육으로 분화시켜서 배양해서 그 양을 늘리는 것인데, 옥스포드 대학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실험실에서 길러낸 육류가 도축해서 얻은 육류에 비해 훨씬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에너지와 물의 사용도 훨씬 적다고 한다. 2013년 처음 소개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햄버거 패티는 당시 32만 5천 달러라는 제작 비용이 들어갔지만, 이제는 그 가격이 1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조만간 판매가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육류의 개발에도 다양한 유전자 정보와 영양정보, 그리고 이들을 배양하고 길러내기 위한 환경을 제어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에 IT기술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이제는 IT기술이 가장 오래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우리들이 입는 옷과 주거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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