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이슈와 전망] 사드, 경제논리 접근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5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사드, 경제논리 접근 안된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제3 후보지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사드 배치 반대 지역은 기존 성주군과 새 후보지인 성주 골프장 및 김천시 3곳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투쟁위를 조직해서 사드 배치 철회 운동을 벌리겠다고 한다. 촛불 집회도 계속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이나 괴담에 밀려 중대한 국책사업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일이 다반사다. 투쟁을 일삼는 일부 세력들이 무엇이든지 이념 문제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이다. 김천투쟁위는 최우선 과제를 한국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천투쟁위는 성주투쟁위가 제3 후보지를 수용한 후 님비(nimby) 현상이란 지적을 받음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도 없으며 북한의 핵(核)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반대 투쟁은 정치권까지 가세해서 더욱 가열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경주에 건설된 국내 최초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의 경우를 돌이켜보자. 방폐장은 원자력 발전 등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깊이 매립저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폐장 건설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그 후에도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용기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전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사용 전력의 40%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다.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없이 원자력 발전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방폐장 부지선정 작업은 지난 19년 동안 9차례나 좌절되는 진통을 겪었다. 안면도, 경북 울진, 전북 부안 등이 방폐장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소요사태로 얼룩졌다. 주민들이 유치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갈렸고 대규모 시위와 폭력사태가 이어졌다. 따라서 정부는 경주의 방폐장 유치를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통합으로 승화시킨 모범적 선례'로 평가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원전 건설, 방폐장 뿐 아니라 천성산 관통 터널 공사, 새만금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소위 님비현상 또는 이념 문제 등으로 좌절 또는 지연되어왔다. 방폐장을 경주에 유치하는 데에는 정부의 대규모 경제적 지원이 있었다. 경주에 특별지원금 3000억 원이 지급됐고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며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13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이 지역의 소득증대,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 유치의 교훈은 기피시설이나 환경보호, 기후변화 등도 그에 따르는 비용과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적정한 가격과 보상이 이뤄지면 고질적인 님비현상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경주의 방폐장 유치도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시간을 끌어오다가 주민투표로 결말이 났다. 이러한 국책사업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도 없지 않다. 방폐장 건설을 위해서 엄청난 인센티브를 내놓음으로써 앞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선례를 남겼다. 그보다도 북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국방 및 안보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인센티브로 해결할 수 있을까, 가령 그 같은 해결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근래에 이 같은 문제가 일부에서 왜곡되고 정치세력화 함으로써 제주 해군기지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엄청난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집단이기주의나 님비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통합 해결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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