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회장 등 신사업 육성 요구
그룹 전면에 내세워 '통큰 투자'
당뇨병 신약·백신 성과 가시화
'작년 11위' 올 5000억 매출 기대
백신사업에 260억 시설 투자도
그룹 전면에 내세워 '통큰 투자'
당뇨병 신약·백신 성과 가시화
'작년 11위' 올 5000억 매출 기대
백신사업에 260억 시설 투자도
LG화학, LG생명과학 합병 추진
LG그룹이 LG화학과 바이오·제약 부문 계열사 LG생명과학의 합병을 추진한다. 삼성과 SK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LG그룹도 바이오제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투자규모를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6일 양사의 흡수합병 추진설과 관련해 "합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조만간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최고위 경영진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 등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바이오제약 영역에서 규모를 키워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한 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바이오제약 영역에 삼성이나 SK보다 일찍 진출해 오랜 기간 탄탄한 내공을 쌓아왔다. 꾸준하게 R&D에 투자하며 규모를 키웠지만 지난 10여년간 영업실적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아 그룹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당뇨병 신약 및 백신 등 성과가 가시화되며 올해 5000억원 규모 매출이 기대된다.
지난 1981년 유전공학연구부를 신설한 데 이어 1984년에 의약품사업부를 발족한 LG그룹은 1987년 바이오텍 연구소를 출범하고 1989년 안진제약을 인수, 이듬해 상호를 럭키제약으로 변경했다. 1990년대에는 세계 최초로 제4세대 세파계 항생제를 개발해 영국 글락소(현재 GSK)에 기술수출하고, 1993년 국내 최초로 인간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을 출시했으며, 같은 해 간염백신 유박스B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2001년 LGCI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2002년 분사 출범한 LG생명과학은 신약 팩티브를 국내에서 시판, 이듬해 국내 최초로 미 FDA 승인을 획득했고, 2004년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과 건선치료제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이오제약 영역에서 내실을 키워왔다.
LG생명과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5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 중 11위였다.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와 미용 필러 이브아르, 대규모 백신 수출 등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 250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매년 매출의 20% 가까이 R&D에 투자해온 결과다.
이 회사는 현재는 △백신(소아마비 등 6가백신) △바이오의약품(불임치료제 폴리트롭, 빈혈 치료제 에스포젠) △바이오시밀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LBEC0101,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LBAL) △신물질신약(심근경색, 제2형당뇨병) △미용성형 필러 등에 대한 R&D를 하고 있다. 특히 백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260억원을 투자해 오송공장에 백신생산동을 추가 건설한 데 이어, 지난 2월부터 860억원을 들여 오송공장에 5가 백신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1996년 B형간염 예방백신 '유박스B'에 대해 WHO 사전적격심사(PQ) 승인을 받아 유니세프, PAHO 등 국제기구에 수출하며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매출 20조2066억원, 영업이익 1조8236억원으로 현금 여력이 충분한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 합병할 경우 R&D와 생산시설 등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내실' 중심에서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는 이미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그룹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2018년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SK그룹도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SK케미칼 3사가 각각 신약,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백신 등 전문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뇌전증치료 신약은 미국 3상을 시작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를 목표로 승부를 걸고 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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