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블록체인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각광 받고 있지만, 기존 금융권의 업무 방식과 다른 탓에 실제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권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놓고 금융사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은 거래 원장을 거래 참여자 각자의 시스템에 분산 저장하는 '분산식 원장 기술(Distributed Dedger Technology)'을 사용한 기술이다.
각각의 장소에 저장된 데이터를 조합하고,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거래가 성립되기 때문에 개별 시스템에 대한 해킹·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자산을 다루는 금융권의 특성상 해킹에 따른 영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 주목받았다. 특히 이 기술을 처음 사용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 과정에서 해킹에 따른 금전 탈취나 거래기록 조작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 세계 주요 은행들이 블록체인 활용을 위해 R3라는 블록체인 업체와 손잡고 R3 CEV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신한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도 여기에 뛰어들었다. 스위스 연방은행(UBS), 농협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도 내부 도입·활용이나 전문업체와의 제휴·투자를 검토하고 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분산형(Distributed) 기술로, 거래 원장이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 참여자 사이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존 금융권의 '중앙 집중화' 전산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이다. 때문에 관련 법규나 내부 시스템과의 조화가 도입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금융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의 개정과 관련 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국내 금융사의 특성을 고려한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술 자체가 아직 초기인 만큼 당장은 현실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자본시장 거래와 연동된 호가 데이터는 100만분의 1초 수준의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지만 블록체인은 현재 초당 7건의 거래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이재운기자 jwle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