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포럼] `과학조사`로 유사재난 막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802102251813001[1].jpg "[포럼] `과학조사`로 유사재난 막자")
침착하면서도 냉철해 보이는 수사관이 사건현장을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그리고 시체에 붙어 있는 파리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낸다. 이는 미국 CBS TV에서 인기리에 반영됐던 과학수사대(CSI)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실제 과학수사에서는 곤충의 종류와 성장정도를 이용해 사건발생 후 시간경과와 사망 장소에서 시체가 옮겨졌는지 등을 밝혀냄으로써 사건 해결의 단서를 잡거나 증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CSI에서 보여준 범인과 살인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과학적 기술이 재난현장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대사회는 재난의 발생패턴도 변화시키고 있다. 흔히 재난이라고 하면 태풍, 호우, 산사태 등과 같은 자연재난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주로 여름철 태풍이 북상하는 시기에 많은 인명,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력 사고, 전력중단, 금융사고 등 복합적 사회재난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농협 금융 전산망 해킹사건과 올해 7월 인터파크 전산망 해킹사건은 사안에 따라 더 큰 잠재적 피해와 사회적인 파급영향을 남길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사회재난의 특징은 자연재난에 비해 그 형태가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재난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해 철저한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 즉 다양한 학문분야의 조사방법을 결합하여 재난의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유사사고를 예방하는 첫 단추가 되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2014년 출범과 함께 대형교통사고, 감염병, 가축질병, 원자력 안전사고, 전력가스사고 등 효율적 재난관리를 위해 특수재난실을 신설하고, 그 아래 조사분석관실을 두어 유사재난의 재발방지를 위한 재난원인조사사업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부처 및 유관기관, 학계, 민간, 그리고 산업체간 재난원인조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단순 책임규명과 처벌목적이 아닌 재난원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사고현황 및 정황정보를 민관이 서로 공유함으로써 개선책을 제시하고 정책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첨단장비를 활용한 현장자료의 수집과 과학적 원인분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재난원인과학조사(Disaster Scientific Investigation; DSI)를 통해 재난의 발생에서부터 복구단계까지의 모든 과정을 분석한 정보를 프로파일로 구축하고, 유형별로 분류하여 재난원인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축적된 재난원인별 프로파일은 재난발생 현장에서의 초동대응과 유사재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그 존재가치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재난은 단일기관, 단일정책, 단일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재난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규명된 원인들은 현실적 재난 저감대책 수립에 활용되어 질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의 재난원인조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난원인조사 활성화로 모두가 만족하고 수긍할 수 있는 재난원인 규명이 이뤄짐으로서 날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재난에 대한 현실적 대응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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