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투입 대형프로젝트로 주목
실무개발-설계사이 불일치 속출
개발사에 업무 변경요구 쏟아져
내년 1월 가동계획 차질 전망도
관계자 "개별ERP로 방향 선회"
실무개발-설계사이 불일치 속출
개발사에 업무 변경요구 쏟아져
내년 1월 가동계획 차질 전망도
관계자 "개별ERP로 방향 선회"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조원에 육박하는 사업비를 투입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구축하고 있지만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시스템 가동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통합 ERP 구축사업이 그간 제조분야에 주로 적용됐던 ERP를 금융분야에 처음 적용하면서 실무 개발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화재 두 회사의 업무 구조가 달라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려던 계획이 상당부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ERP 구축사업은 삼성생명과 화재가 각각 4300억원와 4500억원을 투입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그간 주로 제조분야에 적용했던 ERP를 금융분야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보험업계는 물론 IT업계 초미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구축 완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시스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화재 ERP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지난 9월이 시스템 가동 목표였는데 연기됐다"며 "이 수순이라면 내년 1월 시스템 오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부 진단"이라고 전했다. 또 "설령 무리하게 1월부터 시스템 가동을 시작한다 해도 '안정화', '고도화', '최적화' 등의 각종 형태로 결국 시스템 개발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과 화재의 ERP 사업이 구축에 차질을 빚는 이유는 '금융, 보험'에 대한 명확한 업무진단과 구축 경험 없이 ERP 구축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S-ERP라는 이름의 ERP 구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것을 삼성생명과 화재에도 적용하겠다며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임원을 보험 ERP 책임자로 배치했다. 하지만 '생산물'이나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제조분야와 달리 금융업은 원가 분석이 어렵고 개인에 대한 성과 측정도 명확치 않아 ERP 구축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ERP 구축 전 정보화전략계획(ISP)을 통해 도출한 ERP 설계도 실제 개발과 전혀 맞질 않았다. 실무 개발과 설계의 불일치가 속출하면서 작업은 지체됐고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보험회사'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삼성생명과 화재의 '통합 ERP'를 구축하려 했던 초기 판단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내부 관계자는 "개발에 돌입해 업무를 상세분석해보니 생명과 화재 보험은 전혀 다른 업종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파악하지 못한채 통합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하다가 결국 백기를 들었고, 현재는 두 회사의 개별 ERP를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사실상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과 화재측은 "완전히 개별 시스템으로 선회했다기 보다 ERP 운영을 위한 백엔드(기반시스템)시스템은 통합으로 구축하고, 생명과 화재 회사별로 각 업무 개별 ERP를 구축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1월 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RP 시스템은 '글로벌 표준 자원관리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굳이 삼성생명과 화재의 '업무 특성'을 고집해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 고위관계자는 "기업은 ERP를 도입하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하게 된다. 생산 시간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적 배치와 운영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ERP 구축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의 의미"라며 "삼성생명과 화재는 원래 프로세스에 ERP를 끼워 맞추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 실무자는 "고객사(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요구변경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IT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면 가장 힘든 것이 고객의 요구변경인데 이런 요구변경이 프로젝트 납기를 늦추고, 시스템 적합성도 저해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ERP 구축이 프로세스 혁신인 이유는 자사 프로세스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어느 부분이 비효율이고, 어떤 것을 통합, 단축해야 하는지 분석이 선행된 후 IT시스템을 통해 혁신하는 것인데, 고객사(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이런 분석이 사실상 하나도 돼 있질 않았고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자신들이 뒤늦게 발견한 업무 요구에 대해 '변경'을 요청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통합 ERP 구축사업이 그간 제조분야에 주로 적용됐던 ERP를 금융분야에 처음 적용하면서 실무 개발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화재 두 회사의 업무 구조가 달라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려던 계획이 상당부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ERP 구축사업은 삼성생명과 화재가 각각 4300억원와 4500억원을 투입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그간 주로 제조분야에 적용했던 ERP를 금융분야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보험업계는 물론 IT업계 초미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구축 완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시스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화재 ERP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지난 9월이 시스템 가동 목표였는데 연기됐다"며 "이 수순이라면 내년 1월 시스템 오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부 진단"이라고 전했다. 또 "설령 무리하게 1월부터 시스템 가동을 시작한다 해도 '안정화', '고도화', '최적화' 등의 각종 형태로 결국 시스템 개발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과 화재의 ERP 사업이 구축에 차질을 빚는 이유는 '금융, 보험'에 대한 명확한 업무진단과 구축 경험 없이 ERP 구축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S-ERP라는 이름의 ERP 구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것을 삼성생명과 화재에도 적용하겠다며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임원을 보험 ERP 책임자로 배치했다. 하지만 '생산물'이나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제조분야와 달리 금융업은 원가 분석이 어렵고 개인에 대한 성과 측정도 명확치 않아 ERP 구축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ERP 구축 전 정보화전략계획(ISP)을 통해 도출한 ERP 설계도 실제 개발과 전혀 맞질 않았다. 실무 개발과 설계의 불일치가 속출하면서 작업은 지체됐고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보험회사'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삼성생명과 화재의 '통합 ERP'를 구축하려 했던 초기 판단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내부 관계자는 "개발에 돌입해 업무를 상세분석해보니 생명과 화재 보험은 전혀 다른 업종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파악하지 못한채 통합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하다가 결국 백기를 들었고, 현재는 두 회사의 개별 ERP를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사실상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과 화재측은 "완전히 개별 시스템으로 선회했다기 보다 ERP 운영을 위한 백엔드(기반시스템)시스템은 통합으로 구축하고, 생명과 화재 회사별로 각 업무 개별 ERP를 구축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1월 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RP 시스템은 '글로벌 표준 자원관리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굳이 삼성생명과 화재의 '업무 특성'을 고집해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 고위관계자는 "기업은 ERP를 도입하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하게 된다. 생산 시간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적 배치와 운영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ERP 구축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의 의미"라며 "삼성생명과 화재는 원래 프로세스에 ERP를 끼워 맞추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 실무자는 "고객사(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요구변경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IT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면 가장 힘든 것이 고객의 요구변경인데 이런 요구변경이 프로젝트 납기를 늦추고, 시스템 적합성도 저해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ERP 구축이 프로세스 혁신인 이유는 자사 프로세스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어느 부분이 비효율이고, 어떤 것을 통합, 단축해야 하는지 분석이 선행된 후 IT시스템을 통해 혁신하는 것인데, 고객사(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이런 분석이 사실상 하나도 돼 있질 않았고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자신들이 뒤늦게 발견한 업무 요구에 대해 '변경'을 요청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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