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씨 귀국 하루 지난 오늘 늑장 소환 예정
"미르재단 불법 설립·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규명"
"미르재단 불법 설립·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규명"
정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0일 오전 전격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씨를 즉각 소환하지 않고 하루 이상의 시간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청와대와 소위 '입 맞추기'를 할 것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미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공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이 애초 보도와 다른 발언을 하는 상황이라 검찰은 확실한 증거 확보가 없는 한 수사에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가 오전 7시 30분께 브리티시에어웨이스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자진 귀국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어 "오늘은 최씨를 소환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미 국내 소재 등을 다 파악해 놓고 있는 만큼 이르면 31일 최씨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변호사 역시 이날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최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귀국했다"며, 다만 "수사 담당자에게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씨가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확대일로에 있던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한 지 57일 만이다. 최씨는 독일 모처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언론의 취재 경쟁과 추적이 심해지자 최근 영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귀국에는 딸 정유라(20)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최씨는 입국 수속 때 최대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려고 두터운 옷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공항 당국 등과 대면할 필요가 없는 자동입국심사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씨가 귀국할 당시 검찰 수사관이 동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기획입국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씨가 비행기에 탄 직후 귀국 소식을 알았고, 단 공항에서 동행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검찰은 이르면 31일 최씨를 소환해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과 기금 유용, 딸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최씨가 측근 등 관련 인사들과 입을 맞출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도 처음 보도와는 다른 발언을 하고 있어 검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최씨가 지난주 세계일보와 인터뷰 당시 입장을 반복할 경우 이번 소환조사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최씨의 국정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에 대한 의혹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입장을 바꿔 일부 언론에 보도된 77개 녹취 파일이 '회의록 작성 때문에 한 녹음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연설문이 이상해져 돌아왔다"고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현 한국증권금융 감사) 역시 지난 29일 "연설문 원고를 (대통령에게) 드리면 큰 수정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처음 언론 보도와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앞서 최씨는 귀국하기 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청와대 보고서 일부를 당선 초기 받아봤다는 점은 시인했지만, 인사 개입설과 미르·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 차은택씨의 재단 운영 농단 의혹, '팔선녀' 비선 모임설 등을 모두 '몰랐다, 말도 안 된다, 가깝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적 없다. 처음 듣는 말이다'고 일관되게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오후 최씨 최측근으로 최씨 소유 회사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영태씨(40)를 소환해 40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한 데 이어 이날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아울러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 등 K스포츠재단 전·현직 관계자 3명을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문제의 태블릿PC의 개통자로 지목된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소속 김한수 선임행정관과 최씨를 수행한 의혹을 받는 청와대 제2 부속실 이영선 전 행정관, 조 전 연설기록비서관도 지난 29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땅 차명보유와 횡령 등 의혹을 받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인 이모씨의 경우 검찰의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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