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AI, 이미 시작된 미래 … 데이터·원천기술 확보 나서야"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6·끝) AI 전문가 4인 인터뷰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산업계와 대학, 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투자규모와 인력, 원천기술 수준에서 분명히 뒤처져 있지만 강한 분야에 최대한 집중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온 만큼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AI 시대에 맞는 법, 제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AI 전문가 4인을 만났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솔트룩스 본사 연구소. 연구자들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씌워주자 눈앞에 형형색색의 신경망으로 이뤄진 인공지능(AI) '아담'의 두뇌가 떠올랐다. '디지털타임스'란 검색어를 말하자 2초 정도 지나 생각을 마친 아담이 3차원 공간에 관련 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관계에 따라 연결된 형태로 펼쳐놨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사진)는 "AI와 VR을 융합한 솔루션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앞으로 AI로 사람과 대화하는 로봇 등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정보를 학습해 스스로 추론하는 기술을 개발해 온 이 대표는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AI는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 아래로 스며들고 있다"며 "AI는 이미 시작된 미래"라고 강조했다.
솔트룩스는 이달부터 AI 플랫폼 '아담'과 그동안 축적해 온 80억 건의 데이터를 파트너사에 차례로 개방할 계획이다. AI가 로켓의 '엔진'이라면 데이터는 '연료'다. 아무리 로켓을 잘 만들어도 연료가 없으면 1m도 뜰 수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 IBM이 데이터 확보를 위해 매년 수조 원을 쏟아 붓는 이유다. 이 대표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데이터를 외부에 내놓기로 결심한 이유는 한시라도 빨리 국내에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이미 눈앞으로 다가온 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AI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응용기술은 3년, 원천기술은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며 "당장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는 최대한 일찍 시작해 데이터를 계속 확보하고, 동시에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는지.
"AI는 인간이 하는 일을 보다 완성도 있게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협력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대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이전엔 화가들은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사진기 때문에 화가란 직업이 사라지긴커녕, 인상파와 추상파 등 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능력이 나올 수 있었다. 2·3차 산업혁명으로 미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1인당 총생산은 8배가 늘었다. 스마트팩토리와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로 인류에게 더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것이다."
-AI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가.
"AI 시대에도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 크게 제도·법적인 문제와 부의 불균형 문제, 의존성과 피해의식 등 문화적 문제 등으로 예측해볼 수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교통 체계는 어떻게 보완할지 당장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데이터를 쥐고 있는 기업에 부가 집중되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제도·법적으로 완화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도 많은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것처럼 앞으로 AI를 의인화하고 의존해 기계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더 많아질 것이다. AI에 의사결정을 맡기고 자신은 선택에 대한 면책을 기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문화적인 부분은 법·제도적인 문제보다 해결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가적으로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일례로 애플의 AI 비서 '시리'는 2003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3년 동안 2억달러를 투입해 대학과 산업계 기술진을 참여시켜 연구를 진행했고, 여기서 연구하던 사람들이 나와 '시리'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 회사를 애플이 다시 2억달러에 인수해 2011년 아이폰에 시리를 탑재했다.
결국, 정부 사업이 인력을 양성하고 창업을 유도했으며, 대기업이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면서 투자를 회수하는 R&D 선순환 체계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으로 하는 경우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 정부의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는 주로 오픈소스로 공개된 AI 기술을 사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본질적인 알고리듬을 만들거나 기계가 생각하고 추론하게 만드는 기술은 10년이상 뒤처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 해 배출되는 AI 연구자 수가 해외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나라가 AI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우리나라가 한 해 AI에 투자하는 규모는 정부와 기업 투자를 다 합쳐도 5000억원이 안된다. 규모에서 상대가 안 되는 만큼, 목숨 걸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약점을 보완하지 말고 강점에 기회를 맞춰라'라는 말처럼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제조업과 콘텐츠 산업이다. 우리가 못하는 곳에 돈을 쏟으면 밑 빠진 항아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과 국방, 보건 등 삶의 질과 연결된 분야에는 일정 부분 투자가 필요하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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