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한국경제 이대로 무너져선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0802102351607001[1].jpg "[시론] 한국경제 이대로 무너져선 안된다")
한국사회가 무너지고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고용지표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은 무려 34%에 달해 180만 명에 이른다. 아르바이트 등 단기근로로 취업자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전일제 일자리를 갖고 싶은 청년들,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함 취업시험 대비로 구직활동을 포기해 애초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은 청년들을 포함한 수치다.
지난 7월 발표된 '2016년 OECD 고용전망'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15년 현재 한국의 고용률(15-64세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 수)은 61.5%에서 65.7%로 4.2%p나 상승했지만 청년(이 경우 15-24세) 고용률은 오히려 2.7%p 떨어졌다. 초기 비정규직에 발을 디뎠다간 이후 30대, 40대 이후에도 비정규직에 전전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섣부르게 일터를 선택할 수 없다. 생산기지의 해외이전과 신규 채용이 축소되면서 취업 재수, 3수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대졸자 중 1/3에 달한다. 결혼과 출산을 늦출 수밖에 없다.
장년층은 일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장년(55-64세) 고용률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0년 57.8%에서 2015년 65.9%로 8.1%p나 늘어났다. 전체 고용률이 65.7%인 나라에서 장년 고용률이 65.9%라는 것은 정상적인 게 아니다. 전체 고용률 63.8%인 프랑스의 장년 고용률은 48.6%며, 핀란드는 전체 고용률이 68.7%이지만 장년 고용률은 60.0%이다.
한국의 장년 고용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다녔던 회사에서는 50대 초반에 내몰렸고, 저축을 통한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저 임금이 지켜지지 않거나 사각지대에 놓인 '괜찮지 않은'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결과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욱 고될 장년 이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재소자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폐지를 줍거나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간다.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의 4배에 달한다.
선진국에 비해 그리 낮지 않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고 각자도생에 내몰리게 된 것은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유지시키려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최소한으로나마 유지하려는 각성된 지도자들 또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독일 기업들이 비용 절감이란 상식을 몰라서 공장 해외이전을 가급적 피하고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멍청해서 근무시간을 하루 7시간으로 줄여 정년을 연장시키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공동체라면 의료와 교육, 그리고 일할 기회만큼은 그 공동체의 구성원이 원할 때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공동체 원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조세와 재정을 통한 자원의 재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대기업 일자리에 끼어들기 위해 과도한 사교육 투자로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학교에서 충분한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미국 사회에선 일부 각성된 부자들이 나서서 공동체의 복원에 힘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었다며 99%를 그곳에 돌려주고자 한다고 했다. 버핏은 승자가 승리를 얻으려고 자유롭게 겨루면서도 패자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승자와 패자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한다.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한 저커버그에게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짙게 묻어나온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기를 바란다. 너와 다른 어린이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갓 태어난 자신의 딸에게 밝힌 기부의 이유이다. 세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딸에게 직접 52조원을 주는 대신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제는 거의 무너져 버린 한국사회 공동체를 복원시키기 위한 가능한 노력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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