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석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
![[포럼] 지식산업 시대, 게임문화 다시 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1202102251607001[1].jpg "[포럼] 지식산업 시대, 게임문화 다시 보자")
내가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다보면 어느새 해는 저물고, 들어와 저녁을 먹으라는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따라 친구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며 하루가 마무리됐다. 이 글을 읽는 부모 세대들 대부분 기억 한 켠에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둘러싼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집안에 앉아 스마트폰을 가지고 한참 놀고 있고, 부모는 그 모습을 보고 "너는 매일 스마트폰만 하니?"라며 아이를 혼낸다.
사실, 부모들이 어렸을 적 즐겼던 놀이는 다 게임이었다. 술래잡기, 사방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등. 이러한 게임이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바뀌고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부모들의 반응은 이렇게 바뀐 것일까.
우리의 부모님들은 우리 어릴 때 즐기던 게임이 본인도 해봤던 것이라 그것들이 아이의 정서와 신체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은 부모들에게 생소한데다 가상공간에서 진행이 되고 규칙도 복잡하고 다양해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인 나도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즐기고 노는 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이해의 부족은 결국 부모와 아이와의 충돌, 학부모와 게임산업의 충돌, 그리고 정부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때는 기술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과 그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그 간 압축 성장의 시대에 지나오며 노인들은 산업혁명 이전의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중장년층은 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아이들은 인터넷 혁명 이후의 사회적 가치에 익숙하다. 이러한 차이가 가장 크게 충돌하는 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 혁명 또는 지식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시기다.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과거 산업혁명과 인터넷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지식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를 없애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를 돌아보면 그 당시 사람들의 생존에 있어서 게임은 이정표이자 도우미였다. 처음으로 PC가 도입될 때 사람들에게 한글 키보드를 익히게 만든 건 타자연습게임이었고, 마우스 작동법은 지뢰찾기가 가르쳐주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게 만든 건 게임 앵그리버드와 애니팡이었다. 사실, 게임은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해 인류가 만든 도구이다. 미국 사관학교에서 체스가 필수과목이며, 지금 인공지능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가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이라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공교롭다.
게임을 즐기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사실 새로운 세상의 생존기술을 익히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낯선, 이 게임을 이제는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늘 새로운 기술과 함께 게임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며 기술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게임을 이해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게임 문화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지식산업혁명에서 게임 문화는 새로운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학습이며, 새로운 기술을 사회에 전파하는 계몽 운동이다.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벗고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겸허하게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이며, 새로운 시대에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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