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시론] 탄핵정국, 국방과 로봇 융합 늦출 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1202102351607001[1].jpg "[시론] 탄핵정국, 국방과 로봇 융합 늦출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에서 가결됐다. 정국은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혼돈 속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방과 로봇의 융합은 계속해서 발전적 변화를 해야 한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국민안전처와 함께 부처연계 협력기술개발로서 2020년까지 4년간 227억 원을 투자해 민·군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임무용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 옷을 착용하면, 최대 70㎏ 무게를 들고 이동할 수 있으며 40㎏의 무게를 들고는 시속 10㎞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로봇을 간단히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이라고 하고 '아이언 맨(Iron Man)'이 가장 대표적인 웨어러블 로봇 영화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은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첫째는 무거운 짐을 들기 위해 인간 근력을 증강하는 것 (Man Amplifier)이고, 둘째는 팔다리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에게 운동(모션)의 자유를 제공하기도 하고 재활운동(관절운동)의 도구로써 사용하는 것이다. 근력증강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인간의 근력과 로봇의 근력을 합하며 더 큰 힘을 낸다는 의미다. 만일 40kg을 든다면 인간이 10kg을 들고 로봇이 30kg을 드는 식으로 협동하는 병렬연결 형태를 가진다. 약해진 근육을 가지는 고령인에게도 이런 근력증강 방식이 적용된다. 전기 자전거의 힘과 전기 자전거를 타지 않고 옆에서 끌어주는 인간의 힘을 동시에 이용해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것과 유사한 형태가 된다. 하지만 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로봇이 만드는 운동을 따라서 인간은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즉 인간이 로봇 위에 올라탄 것과 같은 형태로서 로봇이 탈것(Vehicle) 역할을 하며 인간은 로봇에게 동력을 제공하지 않고 정보만 제공한다.
방사청의 계획에서는 큰 힘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얻고자 한다. 속도를 증폭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로봇 중에 속도가 낮은 쪽이 최고 속도를 지배하게 되는 병렬연결 형태로는 불가능하고 탈것(Vehicle) 역할을 하는 로봇이 돼야만 한다. 그러면 인간의 운동능력에 관계없이 로봇의 큰 힘과 빠른 속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근력증강 방식은 아닌 것이 된다.
그리고 40kg의 무게를 들고 시간당 10km로 달려가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미래의 전투 환경에서 장병의 늘어난 전투 하중과 넓어진 작전영역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민간에서는 고중량물의 처리가 필요한 인명구조, 재난현장과 각종 산업/건설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측한다. 과연 그럴까. 미래에는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한 다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굳이 병사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할까. 여기서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신체적 조건과 리듬이 다른 인간과 로봇이 일체가 되어 함께 10km/hr로 달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황당하게 보이겠는가. 차라리 더 빠르고 강력한 오토바이나 말을 타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병사가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간 병사 중심의 전투 체계 인식은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웨어러블 로봇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개입이 늘어날수록 로봇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큰 힘과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의 완성은 앞으로 많은 기술, 인문, 통섭 장벽을 극복해야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국방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기술의 유용성 문제는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있을 것이다.
로봇에서는 제조업에서 많이 사용되며 인간의 팔에 해당하는 머니퓰레이터(Manipulator)기술과 국방 분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간의 다리에 해당하는 이동 로봇(Mobile Robot)기술이 양축을 구성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이 두 가지 기술이 융합된 것이다. 이 두 분야의 로봇기술이 고르게 발전해야 전체 로봇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그 한계를 빨리 경험해 보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지만 다양한 이동(Mobility)수단에 더 먼저 집중하는 것이 우리 국방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동 로봇 분야 경쟁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국방 분야에서 더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싶다. 산업부나 미래부는 국방부와 부처연계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간절히 요청하면 된다. 그리고 어서 빨리 전문가와 소요군이 모여 국방로봇 발전 로드맵을 준비해 주길 기대해 본다.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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