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
![[디지털산책] 대포폰 근절대책 마련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13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대포폰 근절대책 마련해야")
이른바 대포폰이란 타인의 명의로 부정 발급받아 사용하는 차명폰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대포폰의 사용은 현행법상 범죄행위이다. 대포폰은 종래 범죄자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목적으로 그들 간의 범죄모의 및 연락을 위해 자주 사용해 왔지만, 전 경남기업 회장이 대포폰을 사용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사업자들도 로비 등 불법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대통령 국정농단사건에서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대통령마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오늘날 사회지도층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대포폰 만연 사회가 된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십만 대의 대포폰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 사회에 불법 대포폰의 사용이 이렇게 만연된 것은 대포폰의 취득이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구입루트만 알면 전화 한 통으로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휴대폰 명의를 빌려주거나 도용당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돈이 급한 학생이나 주부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채업자들이 '휴대폰만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뿌린 후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휴대폰 소액결제 기능을 이용해 게임아이템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고 선이자를 뗀 뒤 남은 금액을 대출금으로 건네주는데, 이 과정에서 대출자의 휴대폰을 대포폰으로 불법매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기도박을 통해 궁박해진 채무자를 압박해 휴대폰을 강제로 개통시켜 넘겨받기도 한다. 언젠가 대포폰 수만 대를 불법으로 개통한 일당이 구속됐는데, 이처럼 휴대폰 유통점 등에서 불법취득한 개인정보나 사회경제적 약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개통자와 사용자가 다른 휴대폰을 마구 찍어내면 이를 적발해 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범죄행위를 근절하고 대포폰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달부터 모든 휴대폰 유통점에 이른바 신분증스캐너가 도입돼 앞으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판독 가능한 신분증이 없으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게 된다. 즉, 스캐너로 신분증을 스캔해 전송하기 때문에 대놓고 휴대폰을 찍어낼 수는 일응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확실하지는 않으며 부담을 떠안게 된 유통업자들이 스캐너 사용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행법은 자금제공을 조건으로 타인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한 자만을 처벌하고 있어 금전거래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휴대폰의 타인사용 제한에 관한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1996년 제32조의2에서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고, 2002년에는 그 예외의 하나로 '이용자가 제3자에게 반복적이지 아니한 정도로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를 추가했으며, 2014년에는 제32조의4를 신설해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해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휴대폰 부정이용행위로서 금지했다. 법정형량은 32조의2 위반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32조의4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다.
요컨대 대포폰에 대한 현행법상 처벌은 개통행위에 한정해 '자금제공을 조건으로 타인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기간통신역무를 사용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구성요건이 분명하다. 즉, 대포폰 개통 당사자 또는 돈을 내고 타인이 개통한 대포폰을 취득한 이용자 등에 처벌대상이 한정될 수 있으므로 처벌대상을 '다른 사람이 개통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교부받은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포폰을 직접 개통하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한 판례가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 간 요금납부 등의 편의를 위해 실제 명의와 다른 휴대폰을 개통하는 일이 많으므로 이를 반영한 구체적 범죄구성요건, 금전적 대가지불 여부의 기준 등을 보다 세밀히 규정해야 한다. 때마침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여 국회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관련규정의 철저한 보완입법을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