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장ㆍ고려대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미래지향적 정부조직`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602100151813001[1].jpg "[이슈와 전망] `미래지향적 정부조직` 필요하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고 2017년 희망의 새해가 열렸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70% 수준이고 시기적으로 2.5년 정도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D 프린팅 여파로 미국으로 돌아오는 해외 제조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책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2016년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6년간 차지했던 1등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17년 정권교체기를 맞아서, 우리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지향적인 공무원과 국민의 노력으로 이제 겨우 다시 복원된 ICT 생태계가 다시 붕괴될까 걱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 한국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험난한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학자들은 정보통신부가 분해돼 사라진지 9년, 그동안 정부와 국회 모두,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특히 지능정보화 사회에 맞는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었다고 주장한다.지금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새로운 ICT 기술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이미 우리 코앞에 와있는 지능정보화 사회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정부기구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ICT 분야에서는 연구결과가 제품화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돼 연구실과 공장의 구분이 사라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조직 가운데서 ICT 연구 지원기능과 산업화 기능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ICT 중심의 가칭 '지능정보산업부' 같은 미래지향적인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ICT 분야를 포함해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 등 고등교육 지원업무를 교육부로부터 분리해, 과학기술전담 조직과 융합하는 것도 미래 준비의 핵심이 된다. KAIST 같이 교육부에서 독립된 기구들이 그동안 한국의 미래를 선도해 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일부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능정보화 사회에 알맞은 차세대 전자정부도 구축해야 한다. 미래의 전자정부에서는 '알파고 행정'이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만들어 낼 '알파고 행정'은 '공무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행하는 행정'이다. 행정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알파고 행정시스템은 운전자 없는 자율자동차다. 반면에 기존 행정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공무원이 하는 행정'이었다.
벌써 전자정부에서 알파고 행정이 기존 전자정부 행정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파고 행정은 다음과 같은 특징 때문에 새로운 전자정부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알파고 행정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시간, 장소, 그리고 개인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알파고 행정은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는다. 여기에서 진화한다는 말은 환경이 변하고, 국민의 정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변하면, 스스로 자율적으로 서비스의 내용을 바꾼다는 말이다. 이 특징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환경과 제도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어느 정도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알파고 행정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규칙에 따라서 정책결정을 자율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익집단에 흔들리지 않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미래 행정에서 필요로 하는 이런 바람직한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 전자정부 조직을 이에 맞도록 개편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현재 행자부 전자정부국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 정부 행정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려면 지금의 예산실은 국가적 관점에서 거시적인 기능별 예산편성만을 담당하고, 각 부처가 세부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서 각 부처의 타 부처 정책조정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우면, 적어도 미래지향적 기구에서만이라도 예산선심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어떤 이는 부처 간 업무조정과 협업을 위해 미래 담당 조직의 부총리급 격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예산권 없는 부총리제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람직한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새해엔 제 기능을 하는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을 만들어 험난한 미래를 대비하고, 지능정보화 사회의 선두주자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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