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앞두고 박병호가 담담히 말했던 각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박병호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네소타 구단으로부터 '지명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를 당했다. 구단이 지명할당을 통보하면 선수는 즉시 40인 명단에서 지워지며 10일간 웨이버 공시와 비슷하게 신분이 보류된다. 선수는 마이너리그 강등을 받아들이거나 팀에서 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타 팀에서 클레임을 걸어올 시 현 계약조건 그대로 이적할 수 있다.
미네소타 구단은 우완 불펜 맷 벨라일을 영입하며 박병호를 40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번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며 절치부심했던 박병호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미네소타는 지난해 박병호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1285만 달러에 영입했다. 현지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스몰 마켓에 속하는 미네소타가 이례적인 투자를 했다고 연일 이슈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박병호의 입지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박병호의 입지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13년간 미네소타의 단장으로 역임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의 경질이다.
신임 테드 레빈 단장은 전 단장의 색채 지우기에 나섰고 그 희생양으로 박병호가 지명할당 조치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 3년간 875만 달러(약 100억 원)이 보장된 박병호의 연봉도 스몰마켓인 미네소타로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에 대해 데릭 팔비 미네소타 야구 부문 사장은 "원래 리그를 옮기면 적응기가 필요한 법이며 그가 오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안다"며 "며칠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이제 박병호에게는 3가지 길이 남았다.
미국에 남는 법은 미네소타에 남아 마이너리그에서 재기를 도모하거나 타 팀이 클레임을 건다면 타 팀으로의 이적이다. 그 외엔 한국으로의 컴백 밖에 없다.
한편 미국 기록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5일 "박병호를 방출대기 처분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미네소타가 초기 투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박병호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병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며 이적 예상 구단도 명시했다. 세 팀 모두 지명타자 슬롯이 비어있는 팀들이다.
3년간 100억 원에 달하는 박병호의 연봉을 감수하며 그를 데려갈 팀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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