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최대 70배 비싸 … 제설효과 미미
무차별 살포가 문제… 적정량 사용해야
무차별 살포가 문제… 적정량 사용해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589) 친환경 제설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8021010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89) 친환경 제설제")
겨울의 상징인 눈을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도로와 보행로에 쌓인 눈이 자동차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직접 눈을 치우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일은 정부의 몫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눈을 치우는 방법도 달라졌다. 눈발이 날리기만 하면 제설제를 뿌린다. 매년 전국에서 소비되는 제설제가 50만 톤에 가깝다.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설제를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눈을 치우는 일은 쉽지 않다. 제설차를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눈을 밀어내는 방법은 혼잡한 도심에서는 쓸모가 없다. 모래를 뿌려서 미끄럼을 방지하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눈이 녹은 후에는 도로에 남은 모래가 골칫거리가 된다. 자동차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적지 않은 양의 먼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화학적인 방법으로 눈을 녹여주는 제설제를 쓸 수밖에 없다. 우리도 1969년부터 제설제를 쓰기 시작했다. 제설제가 직접 눈을 녹여주는 것은 아니다. 눈이 녹아서 액체의 물이 생기기 시작해야만 제설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제설제가 눈이 녹은 물이 다시 얼지 않도록 해줘서 더 많은 눈을 녹도록 해준다. 고등학교 화학 교과서에 소개되는 '어는점 내림'이라는 자연현상 덕분이다. 제설제가 물에 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녹음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설제로 쓸 수 있는 화학물질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은 아니다. 염화나트륨(소금)이나 염화칼슘이 고작이다. 염화나트륨은 값이 싸고, 같은 양(무게)으로 상당히 좋은 제설 효과를 낸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염화칼슘은 어는점 내림 효과는 소금의 80% 정도이지만, 물에 녹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의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설 효과가 좋아진다. 값이 소금보다 비싼데도 염화칼슘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제설제가 편리하고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온이 너무 낮거나, 잘 녹지 않는 싸락눈의 경우에는 충분한 제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로의 배수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눈이 녹은 물이 도로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면 블랙아이스가 생겨서 사고의 위험이 더 커지고, 도로의 포장이 망가지기도 한다. 제설제가 자동차나 철제 구조물의 부식을 촉진시키기도 하고, 도로 근처의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염해를 일으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눈이 녹은 후에 도로에 남아있는 제설제가 미세먼지로 비산되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환경부는 2008년부터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을 권고했고, 조달청은 2013년부터 친환경 제설제만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제설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가 친환경 제설제를 외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제설제 중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서울시의 경우에도 4.7% 수준이다.
지자체가 환경부의 친환경 제설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환경부가 제설제의 가격과 제설 성능은 무시하고, 강재 부식성을 비롯한 친환경성만 강조해서 인증을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환경 제설제는 가격이 최대 70배나 비싸지만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제설제의 환경 문제가 '염소' 때문이라는 환경부의 문제 인식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인간을 위해 도로에 쌓인 눈을 깨끗하게 치워주면서 환경에 아무 피해를 주지 않는 진정한 '친환경' 제설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환경부가 아직도 무책임한 상업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 '친환경'의 환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화학적으로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슘보다 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제설제를 찾기는 어렵다. 제설제에 의한 피해는 염소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제설제를 마구 뿌려대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적정량의 제설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다. 환경부의 어설픈 친환경 제설제 인증은 당장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