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포럼] 보건 인재양성 `통합 접근`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802102251029001[1].jpg "[포럼] 보건 인재양성 `통합 접근` 필요하다")
연초 온라인바둑에서 60전 60승 무패의 복면기왕이 출몰했다.
'마스터(Master)'와 '마기스테르(Magister, 마스터의 라틴어)'라는 ID로 바둑 인터넷사이트에 등장한 그들은 중국의 커제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우리나라의 박정환 9단을 모두 꺾는 파란을 몰고 왔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들 세계 최강자의 정체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치른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뉴 프로토타입임을 밝혔다. 새로운 알파고는 실력이 부쩍 업그레이드된 듯했다. 인간계 모든 바둑 고수들을 섭렵함으로써, 바둑세계에서 인간의 승리는 고리짝 전설이 되어 가는 듯하다. 머신러닝이 인간의 학습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알파고의 출현 전까지 우리는 AI가 인간 바둑기사를 결코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매순간 살아 움직이는 바둑판 형세 때문에,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른바 직관의 극적인 섬광과 창의력이 우월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일상의 대부분에는 사실상 AI가 끼어들 수 있다.
산업혁명 4.0은 데이터 사이언스 시대로 대변된다. 우리가 매일매일 숨쉬는 맥박, 혈압, 체온이 데이터로 축적돼 웨어러블기기와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그것이 빅데이터든 스몰데이터든, 4.0세상에서 주요 원천인 데이터는 원래 인공지능의 재료이자 먹거리 아니었던가. 인간의 두뇌는 데이터 프로세싱에 적합하지 않다. 데이터 처리에 유리한 AI, 로봇,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헬스케어와 의료를 담당하는 보건산업에서도 산업혁명 4.0의 변화는 거세다. 인간을 대신한 일본의 고객상담 로봇 페퍼(Pepper), 영국 NHS의 IoT 기기를 이용한 치매 모니터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은 IBM사 인공지능 왓슨의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는 데 성공했다. 올 초 부산대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뿐 아니라 정밀의료를 위한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도입했다. 2026년에는 인공지능 왓슨이 기업 이사진으로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 시대에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만 같다.
4.0시대의 인간개발, 인재양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AI와 경쟁하는 인간을 양성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AI의 지시에 따르는 인간 또한 아닐 것이다. 다음 사례로부터 4.0시대의 인재양성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하버드의대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헬스사이언스 테크놀로지(HST) M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19년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1학년 때 기초와 임상강의를 모두 마치고, 2학년까지 임상실습을 마쳐, 3~4학년부터는 심화된 학습과 연구에 집중하고, 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플립러닝'으로 지식전달식 강의보다 상호작용과 소통활동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움직임은 기존의 밝혀진 지식에 대한 암기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주도적으로 연구 등을 함으로써 판단력과 의사결정역량을 강화하고, 개개인간의 경쟁이 아닌 팀별 소통과 협업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왓슨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지식에 대한 격차는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고 대동소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 너머에 새로운 정보와 규칙들을 생성하고 주도할 수 있는 인간개발이다. 범학제적 이해 또한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혁명에 대해 알아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산업 인재양성도 '인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AI가 전달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적 부가가치를 펼쳐 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과 행복이라는 본질적 맥락 속에서 신기술을 수용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 이러한 역량을 갖춤으로써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세돌을 단 한번 승리로 이끌었던 그 바둑돌이 인간계의 마지막 신의 한 수였다고 한계 지을 것인가. AI를 활용해 인간의 행복이라는 본질에 대한 통합적 해결능력을 이끌어 내는 교육, 산업혁명 4.0시대에 인간개발 '티핑포인트'의 핵심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