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디지털산책] `사이버불링` 적극 막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사이버불링` 적극 막아라")
최근 정치권의 혼란을 틈타 사이버공간에도 각종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되는바, 이 가운데 특히 사이버불링 현상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사이버불링이란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로 SNS 등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가하는 행위를 말하며, 사이버괴롭힘, 사이버왕따, 사이버폭력 등으로 불린다. 사이버불링은 채팅방에 피해자를 초대한 뒤 단체로 욕설을 퍼붓거나 말을 걸지 않는 행위, SNS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망신을 주는 행위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휴대폰데이터를 갈취하거나, 소액결제를 요구하며 금전적 피해를 유발시키는 등 수법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카따, 떼카, 카톡감옥, 와이파이셔틀 등 신조어의 증가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이버불링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에서까지 24시간 내내 피해학생을 괴롭힐 수 있어 일반 학교폭력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이에 따라 각국은 사이버불링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이버불링 피해도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건수를 보면 사이버불링 비중이 2013년 5.4%에서 2015년 6.8%로 늘어나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카톡 대화방에서 떼카에 시달리던 여중생과 여고생이 자살하고 마는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학교폭력의 적극적 방지를 위하여 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출범시켜, 그 동안 학교의 전유물이던 문제학생의 상담과 지도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고, 학교폭력 발생시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를 위해 교사와 학교전담경찰관의 협조체제가 잘 이뤄져 교사들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환영하고 있지만 보다 신속하고 확실한 대응을 위해서는 전담경찰관제도에서 더 나아가 '학내경찰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질적인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교육과 선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가해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줄이고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의 정기적인 실시가 필요하다. 사이버폭력이 무엇인지, 어떠한 유형과 사례가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SNS상에서의 사이버폭력 사례와 그에 대한 처벌의 엄중함 및 올바른 인터넷윤리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이제까지는 학생들에게 정보통신기술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사용하는 기술을 가르쳐 왔다면 이제부터는 디지털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시민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불링은 학생들이 스마트기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노출된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므로 ICT를 보다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다.
사이버불링은 사이버공간에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를 말하므로 학생들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단체 카톡 방에서 여학생들을 성적 놀림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준 일이 있었는데 이러한 일들은 직장이나 동호회 등 성인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채팅을 통해 회식약속을 잡으면서 특정인을 제외하거나, 특정 피해자에 대한 욕설을 나누고 이를 오프라인에서의 폭력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사이버불링은 나아가 기업을 협박해 사업과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미국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가들을 공격하자 미국언론에 사이버불링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던 사례가 있다.
세계 각국은 오래전부터 사이버불링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대비책을 세워왔는데, 예컨대 독일과 미국은 사이버불링 방지를 위한 사이버불링 전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영국은 학교폭력예방단체를 운영하여 사이버불링 피해자에게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사이버공간상의 각종 비방과 악플에 대한 피해보상보험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올해에는 좀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사이버불링 방지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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