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제·배송 등 쇼핑과정 편리하게
"좋은 물건 · 특별한 경험 동시에 팔자"
아마존·구글 등 IT기술 접목 혁신나서
아마존에코·구글홈 등 음성쇼핑 '주도'
국내도 유통·제조에 신기술 적용 '활발'
롯데·현대 등 미래 스마트 백화점 시도
온라인업계도 챗봇·딥러닝 활용 고도화
"좋은 물건 · 특별한 경험 동시에 팔자"
아마존·구글 등 IT기술 접목 혁신나서
아마존에코·구글홈 등 음성쇼핑 '주도'
국내도 유통·제조에 신기술 적용 '활발'
롯데·현대 등 미래 스마트 백화점 시도
온라인업계도 챗봇·딥러닝 활용 고도화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기술혁신 업고 대격변시대 맞는 유통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원하는 상품을 사달라고 말을 건네면 AI 비서가 알아서 주문을 완료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바구니에 담은 뒤,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서도 가상현실(VR) 점포에서 매장을 둘러보며 상품을 구매한다. 오늘날 AI, VR, 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을 접목한 유통업계 풍경이다.
쇼핑의 본질은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는 데 있었다. 이젠 쇼핑의 본질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검색·결제·배송 등 쇼핑 과정 하나하나를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잊지 못할 경험도 주는 게 과업이 된 것. 좋은 물건과 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팔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 혁신을 도모하려는 유통업계의 경쟁에 불꽃이 튀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자체 IoT, AI, 빅데이터 기술로 유통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선도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열고, 계산대 없이도 자동 결제, 쇼핑할 수 있는 미래형 매장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매장 입구를 지날 때 아마존 계정을 스캔한 뒤 원하는 상품을 바구니에 담아 그냥 나오기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것. 이틀 뒤 아마존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원격 조종사 없이 첫 번째 드론 배송에도 성공했다. 주문 13분 만에 배송까지 끝난 것이다.
'아마존 에코'로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면서 음성 쇼핑 서비스에도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아마존 에코에 음성명령 기능을 추가시켜 유료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구글도 음성인식 기술과 AI 기술을 적용한 '구글홈'을 선보이며 아마존 에코와 음성쇼핑 경쟁에 나섰다. 구글홈에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인 '구글 익스프레스'를 연동시킴으로써 말만 하면 생필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한 것.
월마트도 온라인 유통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IT 기술을 접목하는 등 아마존의 뒤를 쫓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온라인 소매업체 '제트닷컴'을, 그해 12월에는 온라인 신발 소매사이트 '슈바이'를 사들였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용품 판매사이트 '무스조'까지 인수하며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부족한 온라인 DNA를 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월마트의 유통혁신은 아직 실험 단계다. 연 99달러를 지불하면 구매 가격에 관계없이 무료 2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에 대응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월마트의 홈페이지에서 35달러 이상 구매하면 무료 2일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스캔 앤 고' 앱을 론칭해 스마트폰으로 제품 바코드를 스캔한 뒤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징둥 제공
SK플래닛 제공
중국에서는 VR 쇼핑, 드론 배송을 등에 업고 유통업계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VR 연구소 '게놈매직랩'을 설립해 VR 쇼핑 서비스 개발에 착수,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서 VR 쇼핑 채널 '바이 플러스'를 처음 선보였다. 타오바오 앱을 구동해 VR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바이플러스 채널에서 미국 메이시 백화점, 일본 드럭스토어 마쯔모토기요시 등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배송 로봇과 배달 드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의 E. T. 물류연구소가 배송 로봇을 개발했으며 인근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상품을 직접 가져다 고객에게 배달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또 농어촌 지역에 상품 배송을 도와주는 드론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경쟁업체인 징둥닷컴도 드론 배송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장쑤성에서 아마존보다 먼저 드론 배송에 성공했다. 지난해 광군제에서는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 드론과 무인차를 활용한 배송서비스를 시범으로 선보였다.
징둥은 무인화물차와 무인창고도 선봬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드론을 통한 무인 배송 시스템을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유통과 제조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는 정부가 나서 유통산업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하고 VR 상점을 구축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제조·유통업체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상용화하는 기술을 만드는 데 2018년부터 5년간 1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IT 기업과 제휴를 맺고 AI 솔루션, 챗봇을 도입하는 등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VR 상점을 구축하고 온라인몰에 이미지·음성인식 검색 기능을 탑재하는 등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전통 유통업계 중에서는 롯데가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 SK텔레콤과 미래형 스마트 백화점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경기 성남 분당점에서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 신선식품도 냉장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스마트 쇼퍼로 바코드 스캔으로 상품을 저장, 배송받는 기능을 선봬 소비자들에게 무거운 장바구니로부터의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는 3D 가상피팅을 통해 디지털 거울을 보며 옷을 가상으로 입어보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솔루션인 '왓슨'을 제조와 유통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챗봇에 기반한 모바일 앱을 백화점 등 유통 관련 계열사에 도입, 고객들이 챗봇과 대화하며 상품을 추천받거나 매장 설명을 듣고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도 받게 할 예정이다. 또 왓슨으로 외부시장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 매출 및 제품 정보 등을 분석해 제조 계열사에서 신사업, 신제품 개발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에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평소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신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에게 4차 산업혁명과 AI의 중요성을 강조, 올해 사업계획에 이를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마케팅 부문 옴니채널 담당 산하에 AI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으며 롯데마트는 쿠팡에서 온라인·모바일 쇼핑 전문가를 상무보급 임원으로 영입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구현하는 VR 백화점을 앞장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 'VR스토어'를 구현, '나이키' '캐나다구스' 등 브랜드의 매장을 360도 VR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부 브랜드에는 상품 VR 서비스를 탑재해 판매상품을 360도로 돌려볼 수 있게 했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에는 특정 상품과 어울리는 상품을 'VR 추천'을 통해 자동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또 2019년에는 오프라인 전체 매장을 그대로 구현한 VR 백화점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챗봇인 '헤이봇'을 도입, 채팅하면서 구매, 반품 등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5만개인 답변수를 앞으로 4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바코드 스캔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5월 모바일앱에서 상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구, 쌀 등 크고 무거운 상품이 대상이다. 이마트는 바코드 스캔의 범위를 선물하기 등으로 확대했다.
또 이마트는 자체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 '일렉트로맨 터치어택'을 론칭했다. 게임에 필요한 '파워에너지'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에너지가 있는 '슈퍼에너지'는 가전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에 방문했을 때만 얻을 수 있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태생이 IT 기업인 온라인 유통업계도 챗봇, IoT, 딥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쇼핑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8월 11번가에 대화형 커머스 '디지털 컨시어지'를 선보여 전문가가 고객의 필요에 맞는 디지털·가전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현재는 사람의 역할이 크지만 앞으로는 챗봇의 역할을 늘려 구매과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챗봇이 돕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IoT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스마트버튼 꾹'을 선봬 버튼을 한번 누르면 필요한 생필품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앱을 이용해 생필품 항목과 수량, 결제 방법, 배송지 등을 지정하면 다음 주문부터 버튼만 눌러도 주문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패션·잡화 상품을 대상으로 이미지 인식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도 제공한다. 11번가 모바일 앱 검색창에서 카메라 버튼을 눌러 찾고 싶은 상품 유형을 고른 뒤 상품을 촬영하고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재질·색깔·무늬 등을 고려해 비슷한 상품을 검색해준다. 검색 정확도는 95%에 달한다.
쿠팡은 필요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찾도록 검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옷의 경우 소매길이·총 길이·목라인·굽높이 등으로 검색 기준을 구체화해 사용자가 검색 값을 각각 설정하면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컴퓨터 역시 CPU(중앙처리장치) 종류와 ODD(광디스크드라이브) 장착 여부, 저장장치 용량·종류 등을 체크해 검색이 가능하다.온라인몰 솔루션 업체는 해외 직접 판매에 나서는 소호몰 운영자들을 위해 다양한 쇼핑몰 기능을 제공한다. 카페24는 색상·크기·가격 등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퀵뷰'와 상품별로 원하는 색상의 옷을 찾을 수 있는 '컬러칩', 다양한 상품 이미지와 착용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확장이미지'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박민영기자 ironl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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