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모델과 디자인 차이없어
이전 하이브리드보다 넓은 공간
배터리 충·방전 효율 2.6% 개선
시판 경차 능가하는 연비 '주목'
이전 하이브리드보다 넓은 공간
배터리 충·방전 효율 2.6% 개선
시판 경차 능가하는 연비 '주목'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 준대형급 이상의 큰 차는 '거리에 기름을 흘리고 다닌다'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지금은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역시 국내에서는 이전부터 고급세단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이 같은 단점을 숙명처럼 안고 있었다.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탄생한 것도 벌써 3년 전이다. 하지만 데뷔 당시에는 동급 디젤차보다 못한 실연비와 더불어 가격 상승 요인에 따른 장점을 체감하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랬던 풍토가 최근 기아차의 신형 K7 하이브리드 출시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주요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딱히 연비에 목을 매지 않았던 준대형차급 소비자들이 이젠 연비도 하나의 중요 선택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신형 그랜저를 경험한 지 약 5개월 만에 만나게 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겉모습의 변화는 없었다. 후면의 작은 '하이브리드' 엠블럼과 전용 17인치 에어로 다이나믹 휠 외에는 가솔린 모델과의 디자인이나 기본제원 차이가 없다. 하이브리드만의 특색을 가미했다가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과거로부터 학습한 결과다.
현대차에서 마련한 시승구간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자유로를 거쳐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을 왕복하는 길로 똑같았다.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같은 구간에서 더욱 명확히 파악해보라는 회사 측의 의중이 엿보였다.
실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별함은 없다. 문가에 코르크 재질의 트림을 사용해 친환경성을 부각한 정도와 계기판의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의 존재 정도다. 가솔린 모델보다 트렁크 공간이 515ℓ에서 426ℓ로 줄었지만, 이전 하이브리드 모델보단 넓어진 공간을 확보했다.
엔진은 2359㏄ 직렬 4기통 159마력 사양으로 가솔린 모델과 같다. 여기에 3마력이 증강한 51마력(38㎾), 21.0㎏·m의 영구 자석형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2차 전지는 기존 1.43㎾h에서 무게 증가 없이 1.76㎾h로 늘려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을 2.6% 개선했다. EV모드의 가동 범위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차이점은 출발 직후 EV모드에서 가솔린 엔진이 개입을 시작할 때 이질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밖에 고속주행에서의 느낌은 가솔린 모델이나 이전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고속주행 중 EV모드의 개입이 이전 모델보다 더 자주 더 길게 이뤄져 실연비가 현대차에서 밝힌 공식 연비 16.2㎞/ℓ보다 높게 나온다. 그래도 이는 국내 시판 중인 경차보다도 좋은 수준의 연비다. 시내주행을 가미해도 '모양만 하이브리드'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전 모델보다 상승한 실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의 댐핑 스트로크를 짧게 조정했다고 하지만 그랜저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그대로다. 동급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승차감과 예민한 응답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운전능력일 것이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판매가격은 3683만~4113만원이다. 이전 모델보다 오히려 26만원을 인하한 가격이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감면받으면 3540만~397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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