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산책] `디지털 카페인` 당신을 노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25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디지털 카페인` 당신을 노린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커피와 녹차 등을 복용하며 카페인성분을 다량 섭취하고 있다. 카페인성분은 약 60여 종의 음식료품에 포함돼 있는데, 주로 커피와 차, 탄산음료, 초콜릿 등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카페인이 인체에 흡수되면 사람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어 각성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두근거림, 맥박증가, 불면증, 손떨림 등의 부작용이 있다. 카페인성분은 심장질환자에게 특히 해로워서 실제로 고카페인 음료를 과다복용한 심장질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카페인성분을 빈번히 과다복용할 경우 그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이른바 카페인 중독으로 이어진다. 통상 마약이나 아편 등의 중독성 물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는 달리 카페인 중독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얼핏 사소해 보이는 카페인 중독이라도,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각한 개인적 문제로 혹은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카페인중독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이른바 '디지털카페인 중독'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디지털카페인이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세 가지 어플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이들 어플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필수프로그램이다. 요즘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게임을 즐기거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카페인 즉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디지털카페인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SNS에 올려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만족감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행위가 잦아지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할 정도로 심해지면 이른바 중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의 문제점은 종래에도 많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SNS 사기, 악성댓글게시, 사이버음란물유통, 가짜뉴스 확산, 조건만남대화 등이 그것인데 이들 문제점에 더해 이제는 디지털카페인 중독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로 대두되고 보니, 오늘날 디지털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종래 그 심각성이 제기돼 온 이른바 디지털중독이란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병적 현상을 가리키는데, 이러한 디지털중독이 스마트폰 사용에 의해 디지털카페인 중독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고도의 디지털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각종 디지털기기의 편리함과 그에 따른 말초적 쾌감에 젖어 손에서 스마트폰을 쉽게 놓지 못하는 잠재적 중독 위험군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중독은 디지털기기의 지나친 남용이나 금단을 포함하는 과도한 의존적 증세, 과다사용으로 자신에게 발생할 불이익과 피해사실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통제력 상실 및 강박적 증세 등을 포함하는 증상인데, 실제로 이미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경시하거나 간과할 경우 디지털카페인 중독의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카페인 중독은 여타의 마약 등 약물이나 도박중독처럼 중독돼 가는 과정, 즉 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따라서 그 위험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디지털카페인 중독의 피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 보편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디지털카페인 중독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함으로써 중독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다. 대학생들이 강의 중에, 회사원들이 업무 중에, 가정에서 부모자식 간 대화 중에도 각자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디지털카페인에만 몰두하는 광경은 이미 흔한 모습이 된지 오래다. 디지털카페인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이용을 스스로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강의실에서는 수업에만 집중하고, 회사원은 업무 중에는 업무에만 집중하며, 부모자식 간 대화 중에는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우선 디지털카페인 중독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디지털카페인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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