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현대중과 입찰경쟁 가세
'몸집줄이기' 역행·저가수주 우려
사업재편 '2강 1중' 구상과 배치
'몸집줄이기' 역행·저가수주 우려
사업재편 '2강 1중' 구상과 배치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박근혜 전 정부와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을 추가 수혈하며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한 약속이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하자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대우조선의 수주전 가세는 전 정부가 약속했던 몸집 줄이기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저가수주로 시장 환경을 몰고 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 조선소는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가 발주하는 가스 프로젝트 '블록B'의 자격사전심사(PQ)에 참여했다. 자격사전심사는 본입찰 전 단계로, 이를 통과한 조선소들은 발주처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고 우선협상대상자 등의 절차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한다. 블록B 프로젝트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조선 빅3는 해상가스생산설비(CPP)의 윗단에 있는 생산시설의 입찰 참여를 추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은 최근 노르웨이의 석유회사 스타토일이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 선체부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해외 조선소들과 입찰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역시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17 해양플랜트 기자재박람회(OTC)'에 참석하는 등 이전과 전혀 다름없이 해양플랜트 분야의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을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들어 주인 찾기를 하겠다던 금융당국의 애초 구상과 배치한다는 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뒤 브리핑에서 "해양플랜트는 사실상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상선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서 대우조선을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대우조선의 몸집을 줄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2강 1중' 체제로 만든 뒤 2018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추가 혈세 투입 논란에도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도 같은 날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부분에 참여하는 것을 지양토록 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의 매출 규모를 지금의 절반인 6조∼7조원 수준으로 줄여 매각한다던 정부의 방안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우조선 처리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이견을 보였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애초에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외형을 축소하려면 해양플랜트의 신규 수주를 중단해야 한다"며 "관련 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빅2' 체제의 과도기에 해당하는 '2강 1중' 체제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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