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서
'의사-의료인 간 수단 한정' 표명
의사-환자 간 사업은 '포기' 분석
매년 10억투입 시범사업 수년째
기술개발 투자 기업들은 한숨만
일관성 없는 부처 행태에 우려
'의사-의료인 간 수단 한정' 표명
의사-환자 간 사업은 '포기' 분석
매년 10억투입 시범사업 수년째
기술개발 투자 기업들은 한숨만
일관성 없는 부처 행태에 우려
시범사업만 10년 넘게 끌어온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를 믿고 시장이 열리길 기다리며 기술 개발에 투자해 온 기업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18일 원격의료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한다'는 공약을 따르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과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지난 2002년 개정된 의료법에서 이미 허용된 사안으로, 이는 사실상 그동안 추진해 온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복지부는 2014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3차례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보건소와 동네병원 등 18개 기관이 참여해 환자 845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1차 시범사업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77%로 나타났으며, 전체 참여자의 84%가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148개 기관이 참여해 환자 53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선 당화혈색소와 혈당 감소 등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으며, 만족도도 83∼88%로 1차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복지부는 지난해 6월 20대 국회에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고 같은 해 9월 278개 기관과 환자 1만200명이 참여하는 3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홍보해 온 복지부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3차 시범사업도 방문 간호사 등을 통해 진료를 받는 의사와 의료진 간 원격의료 형태로 일부 변경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에 참여해 온 한 업체 관계자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범사업만 수년째 이어가다 보니 원격의료 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며 "의료 관련 사업은 긴 호흡이 필요한데 정치적 환경 변화 때문에 하루아침에 정책이 변한다면 더 이상 원격의료에 투자할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일관성 없는 부처의 행태와 의료 산업화를 '영리화'로 규정하고 규제 개선에 소극적인 새 정부의 태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비단 원격의료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웃 나라까지 규제를 풀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만 반대로 가는 상황"이라며 "나중에 가서 해외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발생하는 데이터도 다 넘겨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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