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연구센터장
![[디지털산책] 디지털시대 `소비자운동`이 사는 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28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디지털시대 `소비자운동`이 사는 법")
필자는 경제법 전공자로서 오랜 동안 대학에서 경제법의 근간인 경쟁법과 소비자법, 즉 공정경쟁과 소비자의 권리보호에 관해 강의해 왔고 현재는 법학연구소장 겸 소비자법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어 관련 학술행사 개최와 연구논문 작성 등 많은 학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 초점은 주로 현행 법제도 소개와 정부정책 중심의 제도개선방안에 맞춰져 있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논리나 주장 개발에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물가, 즉 소비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제조자와 유통업자 등 관련 사업자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된다. 통상의 경제원리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을 무조건 나쁜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빠듯한 가계경제로 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인상을 버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자들은 특히 먹을거리의 가격인상에 대해 관심이 크다. 예컨대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계속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고 이에 대해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본점 사업자는 이를 외면하고 있고 매출하락으로 인해 애꿎은 가맹사업자들만 피해를 볼 뿐이어서 가맹사업법을 포함한 관련 법제도의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닭고기의 원산지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고 또 최근 조류독감(AI)의 발생으로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치킨의 가격을 반대로 올리고 있는 대기업들의 강심장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극단적 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는, 물품에 의한 위해로부터 안전할 권리, 물품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알권리, 물품의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 국가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물품사용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 합리적 소비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등 여덟 가지가 규정돼 있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권리뿐 아니라 이들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고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합리적 행동과 환경친화적 소비생활을 해야 할 책무도 규정돼 있다. 물론 소비자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보호와 사업자의 법위반 방지를 위한 각종의 조치와 관련 정책을 수행할 책임이 있음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책무인 권리행사에 관하여 소비자들이 할 일이 크지 않다는 점이고 더구나 소비자들은 정부가 알아서 규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요구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위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규정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권리가 있다. 즉 소비자에게는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권리"가 기본적 권리로 보장돼 있고, 또한 이러한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할 책무를 지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소비자들은 소비자의 권리침해와 권익증진을 위해 사업자의 양심과 정부의 정책집행에만 주목해서는 안 되고 직접 행동으로 나서서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위 치킨가격 인상 사례에 대해 생각해보면, 소비자의 필수 먹거리가 되어 버린 치킨가격을 합리적 근거 없이 인상하는 대기업의 가격인상조치에 대해 소비자들은 스스로 불매운동을 통해 압박하는 적극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이 와중에 오히려 치킨가격을 인하하는 일부 착한 업체가 소개돼 소비자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데 이러한 업체의 치킨을 주로 이용하고 고가격정책을 취하는 업체의 치킨이용을 자제한다면 대기업은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사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사회다. 과거의 불매운동 등 소비자운동은 정보부족으로 행해지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오늘날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이므로 불매운동 등 소비자운동도 상당히 효과적인 소비자의 권리보호수단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권리보호 노력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문제해결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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