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시론] 북 리스크, `닥터 둠`의 선택](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2102102351607001[1].jpg "[시론] 북 리스크, `닥터 둠`의 선택")
과연 그럴까. 일부 비관론자가 보는 우리 증시는 전형적인 금융장세의 행태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낮은 금리에다 돈의 공급은 넘쳐나는 반면 기업 투자 등 돈을 쓰려는 수요는 없다보니 이 돈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거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사겠다고 덤벼들면서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서 거품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위험정도를 따지는 것은 사치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이라면 '안전 선호(flight to quality)'와 '위험 선호(flight to risk)'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시장의 균형을 잡아준다. 어느 정도 많이 올랐다 싶으면 이익을 실현하고, 어느 정도 많이 내렸다 싶으면 저가매수세가 나오는 식이다. 반면 요즘처럼 일단 사고보자는 묻지마식 투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위험에 대한 경계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눈앞의 수익만 따지는 '맹목적 수익추구현상(flight to profit only syndrome)'이 판을 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는 우리 증시보다 더 하다고 할 수 있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1월 사상 처음으로 20000을 넘어서더니 최근에는 22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는 영업일 기준으로 9일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른바 닥터 둠(Dr. Doom), 즉 비관론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닥터 둠 3인방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와 누리엘 루비니는 이미 미국 주식시장이 거대한 거품의 한 가운데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세 번째 닥터 둠인 스티븐 로치가 아직까지 조용하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가 대타로 등장, "투자자들은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 팔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투자자들은 고점에서 산 뒤 행운을 빌고 있다."라고 비꼬았다. 이달 들어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했던 로버트 실러 교수가 가세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변동이 매우 낮은 데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상승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가총액이 대규모로 증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 기고를 통해 주식과 채권 등 모든 게 다 올랐으니 현금을 갖고 쉬는 게 상책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수익을 실현해서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 시장이 큰 조정을 받거나 대세하락기로 접어들기를 기다리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현금화에 나서고 있는 '투자의 귀재'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은 사상 최대규모인 1000억 달러(115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무려 2배나 급증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 투자회사가, 그것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투자회사가 이렇게 많은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버블 라이더(bubble rider)'는 아직은 버블, 즉 거품이 꺼질 때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새로운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를 말한다. 반대로 '버블 시터(bubble sitter)'는 조만간 거품이 터질 것이라면서 주식을 팔고 난 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칫 일찍 내리면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거품을 더 타고 가는 버블 라이더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내려서 버블이 붕괴하는 것을 볼 것인가?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지금은 닥터 둠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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