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
![[디지털산책] 사이버안전, 국제공조 속도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22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사이버안전, 국제공조 속도내야")
현재 우리나라 51개 정부부처 중 정보보호전담과를 갖춘 곳은 단지 5곳에 불과하고, 팀단위로 정보보호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도 14곳뿐이라고 한다. 정부차원에서의 사이버보안 대응체계가 이렇게 부실하다면 민간차원에서의 대응체계는 더 말해서 무엇할 것인가. 이른바 사이버보안 혹은 사이버안전에 필요한 인력증원과 예산확대는 오늘날 전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든 기업이든 사이버보안관련 인력채용과 예산증원에 대해 이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투자'에 불과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느슨한 시각에서 당장 벗어나지 않으면, 그래서 사이버안전을 국가정책의 최중심과제로 두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 사이버안전의 주요 침해사례로는 랜섬웨어, 빗코인사고, 다크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랜섬웨어는 범죄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돈벌이 수단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고 일단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서버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대부분 상실하게 되므로 피해기관이나 기업은 매우 큰 어려움에 처하기 십상이고 심하면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이버시스템을 운영하는 모든 기관과 기업은 현재의 느슨한 보안방식을 당장 개선해 사이버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블록체인 방식이라 해킹의 염려가 없다는 전자암호화폐인 빗코인의 거래가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언젠가 하루에 200 달러가 오를 정도로 광풍을 보이기도 했는데 최근 빗코인 국내거래소인 빗썸에서 거래자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고 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가 상당액수의 빗코인을 탈취당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그 거래도 줄고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단언컨대, 해커가 존재하는 한, 인터넷에 완전한 보안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익명의 사용자들이 마약과 무기, 해킹프로그램, 포르노 등을 불법으로 거래하도록 알선해 온 대형 다크웹 '알파베이'를 국제공조를 통해 적발해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다크웹이란 일반 검색사이트로는 찾을 수 없고 이용자추적도 어렵게 암호화된 브라우저를 사용하며, 가상화폐인 빗코인을 통해 거래하는 웹사이트로, 이에 대한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각종 사이버범죄의 온상이 돼 왔으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이번에 알파베이 서버를 찾아내 폐쇄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아울러 네덜란드 사법당국은 다크웹 '한사마켓'을 추적해 폐쇄했다고 하는데, 태국, 리투아니아, 캐나다, 영국 등이 이번 국제공조수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다크웹이 아무리 적발과 추적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폐쇄시킨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범죄 단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의지와 끈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사기관도 다크웹 수사에 관한 한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그 적발을 위한 국제공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편, 스스로 형태를 바꾸며 노출정보를 교란해 해킹을 예방할 수 있는 신개념의 '능동형 사이버 자가방어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앞으로 랜섬웨어 등 해킹방지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기술적 대응수단 강화는 추후 사이버안전 확보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사이버안전은 사이버공격에 의해서만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인격권침해, 불법콘텐츠 범람, 인터넷사기 등 대부분의 사이버범죄가 사이버공간의 안전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드론, 3D 프린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사물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해 개인정보침해가 크게 우려되고 프라이버시보호가 사이버안전의 최대주제가 될 것임을 고려할 때, 오늘날 사이버안전은 국가, 사회 전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임을 선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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