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IT유지보수 정규직 전환대상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설립해 흡수
계약 조기종결 '울며 겨자먹기'
"중소 ICT 기업 인력·시장 잃어
대체시장도 없어 줄도산도 우려"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설립해 흡수
계약 조기종결 '울며 겨자먹기'
"중소 ICT 기업 인력·시장 잃어
대체시장도 없어 줄도산도 우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정책의 후폭풍으로 연간 1조6000억에 이르는 공공 IT 유지보수 시장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IT서비스 기업 소속이면서 공공기관에서 IT 유지보수를 하는 근로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분류, 기업은 인력과 시장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IT 유지보수 용역계약 해지를 추진하면서까지 정규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 소속 인력들을 흡수해 자체 IT 유지보수 자회사를 설립, 기업에 맡기던 유지보수를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지난달 31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고 전환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국가 주요시설인 인천공항에는 입출국, 수화물, 항공기 등과 관련한 운항정보, 공항통신, 보안시설,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IT 시스템과 이를 유지보수하는 기업 인력이 상주한다. 보안시설과 공항통신은 포스코ICT, 운항통신은 아시아나IDT, 사이버보안은 SK인포섹이 시스템 유지보수를 하고 있고, 이들 기업의 협력사들도 현장에 상주하며 시스템을 관리한다.
현재 공사는 공항 IT유지보수 인력에 대해서는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신설해 용역업체로부터 이관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기업과의 유지보수 계약 파기도 고려했지만 위약금과 배임문제 등을 고려해 협상을 통해 계약을 조기 종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 대부분의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로 조기 종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100명 가까운 인력을 공항에 파견하고 있는데, 공사로부터 정규직 전환 계획을 전달받고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결국 갑인 기관과 대치할 수 없어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 잃고 시장도 잃는 꼴"이라고 밝혔다.
다른 IT업체 관계자는 "공항 유지보수 기업이 최근 담당 직원을 뽑았는데 석사급 인력까지 대거 지원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공사 입사를 위해 IT기업에 입사하는 사례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 회원사 5곳이 IT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공공기관으로부터 정규직 전환 관련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 협조공문을 수신했다. 인천공항에 이어 정규직화 기관들이 점점 늘어날 것을 시사하는 것.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부문은 파견·용역형태로 근무하는 IT 유지보수 인력을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여부는 각 기관에서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근로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토록 했다. 연간 공공정보화 사업 3조7000억원 중 유지보수는 45%인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는 SW 개발과 장비 구매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지보수는 업계의 정기적인 매출처인 반면 개발은 비정기적인 요소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SW 개발과 유지보수를 병행하는 중견·중견 IT서비스 기업은 고용 보장과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공공기관으로 인력이 대거 이탈할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단순한 인력이동이 아니라 공공 IT 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에 이어 지금까지 기업에 IT시스템 유지보수를 맡기던 공공기관들이 속속 자체 수행으로 전환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발 IT시장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체 임원은 "공공에서 IT 유지보수를 직접 하면 중소업체 인력 이탈로 업계의 경쟁력 상실은 물론 민간대체 시장 부재로 줄도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통 공공 유지보수 계약기간이 1∼2년이라 용역업체도 하청이나 파견 등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직영화보다 계약기간을 3∼5년으로 늘리면 중소업계에서도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중소 SW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공공시장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SW산업진흥법을 시행하는 정부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은 정규직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중소기업 시장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며 "IT유지보수는 정규직 전환 예외대상으로 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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