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노키아 몰락후 헬스케어 주목
의료복지와 연계 50억유로 규모 성장
정부 차원 개인건강기록 수집 활용
원격의료서비스 '가상 병원' 등 추진
"우리나라 세계적 의료시스템 보유 등
헬스케어 유리한조건 불구 제도 장벽"
의료복지와 연계 50억유로 규모 성장
정부 차원 개인건강기록 수집 활용
원격의료서비스 '가상 병원' 등 추진
"우리나라 세계적 의료시스템 보유 등
헬스케어 유리한조건 불구 제도 장벽"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602101076788001[1].jpg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602101076788001[2].jpg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
■성장동력ㆍ일자리 `바이오`에 답이 있다
(2) '포스트 ICT' 시대 신성장동력 디지털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융합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면서 기존 의료 산업계뿐만 아니라 삼성, 애플, 구글 등 ICT 기업들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며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도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날 의료비에 대한 대안으로 관련 규제를 풀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쟁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602101076788001[3].jpg "[바이오기획] 핀란드, 디지털헬스케어로 연 8%씩 수출 급증… 한국 규제해소 시급")
◇디지털 헬스케어, 핀란드에서 배워라=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국민 대부분이 단일민족인 데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 스웨덴과 러시아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까지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나라다.
내수시장에 기대기 어려운 환경에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점도 비교 대상이다. 50년 전만 해도 '북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핀란드는 1960년대 이후 IT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다. 비록 2013년까지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장악했던 국민 기업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맞았지만, 400여 개로 쪼개져 나온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가며 부활을 이끌고 있다.
핀란드가 휴대폰 이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 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인 핀란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헬스케어 산업을 의료복지와 연계해 키워왔다. 그 결과 핀란드의 헬스케어 관련 산업은 약 50억유로 규모로 성장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년 동안 매년 평균 8%씩 성장한 수출은 18억유로 규모로 수입의 두 배에 이른다. 휴대폰 사업 매각 후 통신·네트워크 사업에 집중하던 노키아도 부활을 위한 수단으로 헬스케어를 지목했다. 노키아는 지난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하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위딩스'를 인수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 성공의 열쇠는 '데이터'=핀란드 헬스케어 산업 발전의 열쇠는 '데이터'에 있다. 핀란드 정부는 1954년부터 환자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자건강기록(HER) 등록률과 이용률은 거의 100%에 가깝고,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 개인건강기록(PHR) 수집을 시작했다. 환자에 대한 기초자료부터 전자 처방전과 대면 진료 기록, 개인 건강 기록, 치료 계획, 개인 건강 정보 등의 디지털 의료 정보를 모아 둔 '칸타 시스템(Kanta System)'은 국제적인 표준 코드를 사용해 다른 나라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핀란드는 암 정보를 보관하는 기록소를 1970년대에 설립했고, 2013년에는 국가 차원에서 인체 시료를 관리하는 바이오뱅크를 구축해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립유전자센터를 열어 유전자 정보도 축적한다.
이런 풍부한 데이터는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가상 병원(Virtual Clinic)' 프로젝트다. 모든 가정에 병원과 주치의를 둔다는 목표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집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통해 주치의에게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게 핵심이다. 이런 서비스를 현실화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가 진단 등을 통한 가상 진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헬싱키대학병원 등에서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을 활용한 의사결정보조시스템(CDSS)을 시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 병원 의료진들은 지난 15년간 축적한 신생아 데이터를 왓슨으로 분석해 패혈증에 감염될 가능성을 24시간 안에 93%의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핀란드 헬스케어 산업의 힘은 광범위한 의료 정보를 정부나 의료기관은 물론 기업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기업들은 방대한 규모의 환자 데이터를 연구나 임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에서 접하는 모든 데이터는 익명으로 제공된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핀란드에는 450개가 넘는 헬스케어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GE, 필립스, 바이엘,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규제에 가로막힌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한국은 핀란드 못지 않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방대한 전 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병원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기술과 선진화된 의료정보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잘 마련된 구슬을 미처 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관련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규제 장벽이 높은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해외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한국에선 대부분 '불법'이다. 2000년대 초 세계적으로도 앞서 추진하던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사업은 10년 넘게 의료계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하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부가 포기 선언을 하며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원격의료를 허용해 인터넷 병원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 장벽'을 쌓고 역행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비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되풀이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해 최근 민·관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을 꾸려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대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일본은 이미 건강기록과 유전정보와 생활기록을 모아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획기적이고 총체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우리도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진 건강기록을 모을 수 있는 클라우드 개인건강기록(PHR)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전자 분석에 관한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향적인 규제 개선 나서는 미국=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빠른 기술 발전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근 행보를 주목해 볼만 하다.
지난 7월 FDA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정비와 전문가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FDA의 이번 계획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도 놀랄 만큼 매우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FDA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규제를 제품이 아닌 개발사 중심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인허가 과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FDA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은 기업은 제품 먼저 출시한 후 진료 데이터를 수집해 정식 인허가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인 데이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FDA는 기업가 초빙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업 경험이 있는 민간 전문가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도 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세계 최대 규제 기관의 자존심을 버리고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배우겠다는 자세를 보인 셈이다.
이런 FDA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FDA는 최근 피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각종 중독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리셋(reSET)'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 별도의 기기 없이 앱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이 질병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대표는 "FDA가 변하면 전 세계 규제기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는 완전히 포지티브 규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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