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장려금 공시 강제 아냐
보조금 투명화로 소비자 이익"
3년전 법률자문서 '찬성'받고도
국회·방통위가 고시 제정 안해
방통위 "당시 규제개혁위가 반대"
보조금 투명화로 소비자 이익"
3년전 법률자문서 '찬성'받고도
국회·방통위가 고시 제정 안해
방통위 "당시 규제개혁위가 반대"
보조금 상한제ㆍ분리공시 미스터리(상)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지난 3년간 시행되면서 많은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보조금 상한제'와 '분리공시 불발'이 실은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처리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방통위는 3년 전 분리공시 시행을 위해 대형 로펌과 전문가 자문을 받고 '분리공시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까지 받았지만, 분리공시를 고시로 제정하지는 않았다.
9일 디지털타임스가 단독입수한 방통위의 분리공시 법률자문결과 답변서에 따르면 3년 전인 2014년 7월, 당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의 '분리공시' 시행을 위해 방통위 고시 제정을 앞두고 자문 법률회사(로펌) 다수와 학계 전문가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았다. 방통위 법률검토는 법무법인 율촌(백승복 변호사, 손금주 변호사), 이원우 서울대 교수, 이호영 한양대 교수, 한기정 서울대 교수 등이 맡았다.
자문 결과 5인의 전문가 중 3인은 '분리공시 시행에 문제가 없다', '분리공시가 시행되면 시장의 보조금 조성 규모와 과정이 투명해져 소비자에게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1인은 '의무 규정은 상위법에 반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용자가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함이라면 필요하다'면서 부분 반대했고, 변호사 1인만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방통위의 법률 자문 시점과 같은 시기에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분리공시에 대한 법률 자문을 동시에 시행했다. 미래부는 당시 법무법인 강남, 법무법인 서울, 진운 법률사무소 세 곳에 분리공시 시행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구했다. 세 로펌은 모두 '이용자에게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억제하고 투명한 지원금 공시로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분리공시가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보냈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총 8곳의 전문가 및 로펌에 법률 자문을 한 결과 '반대' 의견을 나타낸 곳은 한곳뿐이었고 6곳이 찬성, 한 곳이 부분 찬성이었다.
문제는 로펌과 전문가들의 '찬성' 의견을 받아 든 방통위가 정작 분리공시를 위한 고시 제정은 끝내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은 △통신사가 가입자와 일정 이용기간에 대해 '약정계약'을 맺을 경우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금액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장려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졌다. 분리공시는 통신사 요금약정 할인액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따로 떼어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분리공시 무산으로 이 장려금은 현재까지 규모나 형태가 공개된 적이 없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당시 방통위가 고시제정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규제개혁위원회가 분리공시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강력하게 발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철저히 기업·시장 활성화 중심의 규제완화정책을 펴고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조차 "소비자를 보호하는 '착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천명했음에도 방통위는 이에 대한 별다른 소명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통위 공무원은 "당시 분리공시가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소명을 (규제개혁위원회 측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권 초기였고, 대통령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완화' 방침이 워낙 강경했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에 대해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분리공시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라는 것을 방통위가 알면서도 당시 권력에 머리를 조아렸다"면서 "지금이라도 방통위는 국민을 보호하고 통신비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방통위는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 폐지된 것을 기점으로 분리 공시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소비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분리공시를 도입해 통신비를 낮추겠다"고 천명한 바 있으며 이후 방통위에서 실무를 진행하는 중이다.
김재영 방통위 국장은 "분리공시를 시행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내용이 현재 국회 상임위에 발의돼 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해당 개정안이 처리된다면, 이르면 연내에도 분리공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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