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일방적 라우팅 변경으로
접속 지연 국내 이용자 큰 피해
"KT요청에 따른 것" 증언 파장
KT측 "사실 아니다" 즉각 반발
동영상 강화 '트래픽 폭발' 우려
"대가 요구땐 보복성 발언까지"
접속 지연 국내 이용자 큰 피해
"KT요청에 따른 것" 증언 파장
KT측 "사실 아니다" 즉각 반발
동영상 강화 '트래픽 폭발' 우려
"대가 요구땐 보복성 발언까지"
이슈분석 국감서 다시 불거진 트래픽 대가 산정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부터 발생한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 과부하가 자신들 탓이 아닌 'KT 탓'이라고 국회에서 증언해 논란이 더 확산할 조짐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라우팅)를 변경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접속 지연 등 큰 불편을 끼쳤다고 여야가 모두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의 일방적 라우팅 변경으로 인해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서 국내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지난해 12월부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 민원이 132배나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가 국내에서 영업해 수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의 공정 경쟁을 제대로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코리아는 KT IDC 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KT와는 (망임대 관련) 계약이 제대로 진행됐다고 하지만 SKT(SK브로드밴드를 지칭)나 LG유플러스는 그렇지 못해서 라우터를 임의변경한 사실이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실제 지난해 12월경 페이스북의 캐시서버에 접속하는 라우터가 변경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접속 불량 등 큰 불편을 겪은 바 있으며 현재 방통위가 이에 대한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다.
◇통신사들, 울며 겨자먹기로 캐시서버 이용=페이스북의 인터넷 트래픽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용 접속자가 많고 페북 라이브 등 동영상 이용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일으키는 트래픽을 그대로 통신사 망에 흘려보내면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도 인터넷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접속이 잘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통신 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처럼 트래픽 용량이 큰 인터넷서비스에 '캐시서버'를 설치, 미리 콘텐츠를 저장해 두고 이용자 요청에 따라 전송하는 방식으로 트래픽 부하를 낮추고 있다.
문제는 이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과금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다음), 아프리카TV 등 트래픽이 높은 국내 포털은 통신사의 캐시서버를 이용하는 대가를 별도로 지불하고 전용회선을 통해 자사 동영상 및 콘텐츠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통신 3사에 연간 200억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네이버보다 트래픽이 5배나 많은 페이스북은 KT 정도에만 이보다 현저히 낮은 비용을 내고 캐시서버를 이용하고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에는 아예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캐시서버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자사 초고속인터넷이나 모바일인터넷 속도가 대폭 느려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KT 캐시서버에 라우터를 연결, 중계 접속 형태로 페이스북 트래픽을 해결하고 있다. 두 회사는 페이스북에 대가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KT 측과 '상호접속료'를 일부 주고받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캐시서버를 자사에 두려 해도 페이스북이 '1국가 1캐시서버' 원칙이라며 KT에 둔 캐시서버에 중계접속을 할 것을 요구해 그동안 페이스북이 원하는 형태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망 이용 대가에 대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페이스북 측이 일방적으로 라우터를 변경하면서 자사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에 나온 이방열 SK브로드밴드 본부장은 "페이스북 측의 라우팅 변경으로 가입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해 결국 값비싼 국제회선(홍콩)용량을 증설, 소비자 불만을 현재 해결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이 같은 용량 증설은 임시방편이고, 페이스북 측의 트래픽 증가 속도가 가팔라 곧 증설된 용량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통신비, 페북 돈벌이에 올인?=이는 비단 SK브로드밴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페이스북이 현재 발생시키는 트래픽 수준에 대한 대가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트래픽 폭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국내에서 동영상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검색광고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모델이 약했던 페이스북은 최근 국내에서 페북 동영상 이용률이 급증하는 점에 착안, 동영상에 '중간광고'를 삽입하면서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신규 사업도 예고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코리아의 이 같은 전략에 속이 타는 곳은 통신 3사다.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트래픽을 언제까지 '자비'로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민들은 통신비가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우리는 이 요금을 걷어 비싼 망을 증설하고, 증설한 망을 고스란히 구글과 페이스북에 공짜로 바치는 셈"이라며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인터넷사업자에게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니 라우터를 끊어버리는 식으로 보복하고 있어 진퇴양난"이라고 호소했다.
통신 3사는 페이스북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하는 상황이지만, 경쟁 사업자 입장에서 공동 대응이 쉽지 않다.
◇페북 측 "KT 요청으로 끊었다"=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번 라우팅 변경 문제가 'KT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KT와는 캐시서버 임대 계약을 통해 정당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KT가 접속경로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때부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별도로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질의한 변재일 의원이 "KT 측의 요청으로 라우팅 변경을 했다는 얘기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박 부사장의 주장대로라면 SK브로드밴드에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등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킨 중대한 사건이 페이스북이 아닌, 경쟁사인 KT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통신 3사의 공동 대응도 물거품이 된다.
KT 측은 크게 반발했다. 박 부사장의 답변 사실에 대해 국회는 물론 방통위 측에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즉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공식입장을 요구하자 홍보실은 "해당 문제는 KT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면서 "라우팅에 관해서는 페이스북 측이 결정해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서 일어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KT가 변경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답변했다.
국회는 KT와 페이스북의 계약 사실에 대한 내용과 SK브로드밴드 계약 협의 내용을 추가로 파악해 오는 30일 종합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부터 발생한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 과부하가 자신들 탓이 아닌 'KT 탓'이라고 국회에서 증언해 논란이 더 확산할 조짐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라우팅)를 변경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접속 지연 등 큰 불편을 끼쳤다고 여야가 모두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의 일방적 라우팅 변경으로 인해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서 국내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지난해 12월부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 민원이 132배나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가 국내에서 영업해 수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의 공정 경쟁을 제대로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코리아는 KT IDC 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KT와는 (망임대 관련) 계약이 제대로 진행됐다고 하지만 SKT(SK브로드밴드를 지칭)나 LG유플러스는 그렇지 못해서 라우터를 임의변경한 사실이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실제 지난해 12월경 페이스북의 캐시서버에 접속하는 라우터가 변경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접속 불량 등 큰 불편을 겪은 바 있으며 현재 방통위가 이에 대한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다.
◇통신사들, 울며 겨자먹기로 캐시서버 이용=페이스북의 인터넷 트래픽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용 접속자가 많고 페북 라이브 등 동영상 이용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일으키는 트래픽을 그대로 통신사 망에 흘려보내면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도 인터넷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접속이 잘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통신 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처럼 트래픽 용량이 큰 인터넷서비스에 '캐시서버'를 설치, 미리 콘텐츠를 저장해 두고 이용자 요청에 따라 전송하는 방식으로 트래픽 부하를 낮추고 있다.
문제는 이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과금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다음), 아프리카TV 등 트래픽이 높은 국내 포털은 통신사의 캐시서버를 이용하는 대가를 별도로 지불하고 전용회선을 통해 자사 동영상 및 콘텐츠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통신 3사에 연간 200억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네이버보다 트래픽이 5배나 많은 페이스북은 KT 정도에만 이보다 현저히 낮은 비용을 내고 캐시서버를 이용하고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에는 아예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캐시서버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자사 초고속인터넷이나 모바일인터넷 속도가 대폭 느려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KT 캐시서버에 라우터를 연결, 중계 접속 형태로 페이스북 트래픽을 해결하고 있다. 두 회사는 페이스북에 대가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KT 측과 '상호접속료'를 일부 주고받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캐시서버를 자사에 두려 해도 페이스북이 '1국가 1캐시서버' 원칙이라며 KT에 둔 캐시서버에 중계접속을 할 것을 요구해 그동안 페이스북이 원하는 형태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망 이용 대가에 대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페이스북 측이 일방적으로 라우터를 변경하면서 자사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에 나온 이방열 SK브로드밴드 본부장은 "페이스북 측의 라우팅 변경으로 가입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해 결국 값비싼 국제회선(홍콩)용량을 증설, 소비자 불만을 현재 해결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이 같은 용량 증설은 임시방편이고, 페이스북 측의 트래픽 증가 속도가 가팔라 곧 증설된 용량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통신비, 페북 돈벌이에 올인?=이는 비단 SK브로드밴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페이스북이 현재 발생시키는 트래픽 수준에 대한 대가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트래픽 폭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국내에서 동영상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검색광고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모델이 약했던 페이스북은 최근 국내에서 페북 동영상 이용률이 급증하는 점에 착안, 동영상에 '중간광고'를 삽입하면서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신규 사업도 예고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코리아의 이 같은 전략에 속이 타는 곳은 통신 3사다.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트래픽을 언제까지 '자비'로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민들은 통신비가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우리는 이 요금을 걷어 비싼 망을 증설하고, 증설한 망을 고스란히 구글과 페이스북에 공짜로 바치는 셈"이라며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인터넷사업자에게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니 라우터를 끊어버리는 식으로 보복하고 있어 진퇴양난"이라고 호소했다.
통신 3사는 페이스북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하는 상황이지만, 경쟁 사업자 입장에서 공동 대응이 쉽지 않다.
◇페북 측 "KT 요청으로 끊었다"=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번 라우팅 변경 문제가 'KT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KT와는 캐시서버 임대 계약을 통해 정당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KT가 접속경로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때부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별도로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질의한 변재일 의원이 "KT 측의 요청으로 라우팅 변경을 했다는 얘기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박 부사장의 주장대로라면 SK브로드밴드에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등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킨 중대한 사건이 페이스북이 아닌, 경쟁사인 KT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통신 3사의 공동 대응도 물거품이 된다.
KT 측은 크게 반발했다. 박 부사장의 답변 사실에 대해 국회는 물론 방통위 측에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즉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공식입장을 요구하자 홍보실은 "해당 문제는 KT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면서 "라우팅에 관해서는 페이스북 측이 결정해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서 일어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KT가 변경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답변했다.
국회는 KT와 페이스북의 계약 사실에 대한 내용과 SK브로드밴드 계약 협의 내용을 추가로 파악해 오는 30일 종합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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