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AI·VR 이미 활용… IoT 연결로 새패러다임 열듯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올해 출범
CT 등 하루에 180GB 분량 생성… 효율적 사용 방안 모색
병원들, 자발적인 협력 … 데이터 연동 진료 노하우 교환
신약 개발 과정서도 적용 추진… "비용 · 기간 단축 기대"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올해 출범
CT 등 하루에 180GB 분량 생성… 효율적 사용 방안 모색
병원들, 자발적인 협력 … 데이터 연동 진료 노하우 교환
신약 개발 과정서도 적용 추진… "비용 · 기간 단축 기대"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202101176788001[1].jpg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
■성장동력ㆍ일자리 `바이오`에 답이 있다
(7) 이미 시작된 의료계 4차 산업혁명
#의료계에 '초연결성·초지능화'를 근간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의료현장에선 암 환자 진료 등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고 있으며 3D 프린팅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환자의 각종 의료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정밀의료'가 미래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전망이다.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202101176788001[2].jpg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
지난달 25일 찾아간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시스템관제실의 대형스크린에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각종 의료 데이터가 네트워크와 서버를 통해 전송되는 현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총 2704병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이 병원을 찾는 하루 평균 외래환자는 1만1610명에 달하고, 연간 6만여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환자들은 전자의무기록(EMR)에 검사·처방·경과 등의 진료정보와 행정정보 등 약 10기가바이트(GB) 분량의 데이터를 매일 생성한다.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전산화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촬영(PET), 내시경 검사 등의 영상 데이터는 하루에 170∼180기가바이트(GB) 분량이 발생하며, 지금까지 축적된 총 데이터는 500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이는 고화질 사진 1억장, 고해상도 영화 12만 편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올해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를 출범했다. 기존에 의료정보실에서 전산 시스템이나 서버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데이터 활용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센터에선 병원에 쌓여 있는 데이터를 가공해 환자 진료나 공공영역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제도적으로 안전하게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신약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병원과 기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일도 센터가 맡은 역할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소장(심장내과 교수)은 "최근 디지털화된 수많은 의료 정보가 축적되고 이를 대량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빅데이터를 진료의 증거로 만들어 활용하는 과정이 미래 의료의 패턴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다만 의료 빅데이터는 민감 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보로 데이터 자체의 안전성과 함께 개인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202101176788001[3].jpg "[바이오기획] \"의료 혁명, 빅데이터가 답이다\"… 병원간 `공동 플랫폼 구축` 활기")
◇빅데이터, AI 만나 의료 혁신 가속= 의료 산업은 다른 산업에 보다 앞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장치와 센서가 개발되면서 의료 분야 데이터는 더 커지고 진보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임상 데이터와 환자 정보 등은 증거 기반 의학 기술을 더욱 강화하고, 생체정보의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불필요한 의료 비용 지출을 걸러내 국가 의료비 증가 속도를 늦추는 역할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의료 빅데이터는 AI 기술을 만나 이른바 '닥터 AI' 시대를 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초 최초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의 시스템을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1000여 건의 임상 사례를 학습한 아터리스(ARterys)의 의료영상 분석 시스템인 '딥 벤트리클'(Deep Ventricle)은 환자의 심실 MRI 이미지를 분석해 30초 안에 심장이 처리할 수 있는 피의 양을 계산해낸다. 이는 의사들도 30분 이상 걸리던 일로, 회사 측은 앞으로 많은 의사들이 사용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 환자 진료를 돕는 IBM의 의료용 AI '왓슨 포 온콜로지'가 7개 종합병원에 도입됐고,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저마다 '한국형 의료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과 손잡고 의료 영상을 분석해 폐암을 진단하거나 소아의 골연령을 측정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제품으로 허가를 받아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앞으로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빅데이터와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여러 후보 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며 신약을 개발했는데, 이런 과정에는 조 단위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100가지 후보 물질 중 1∼2가지만 실제 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 확률도 낮았다. 이런 막대한 개발 비용은 결국 신약을 사용하는 환자에게 돌아가 항암제 신약의 경우 보통 한 달 복용에 수 천 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정제된 빅데이터와 AI 분석을 활용하면 이런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AI는 목표로 하는 질환의 증상과 치료 경과, 기존 치료제의 임상 시험 결과, 관련 유전자 정보, 다른 물질과의 상관 관계 등 방대한 데이터를 망라해 연관 관계를 도출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 물질을 제시한다. 또 이를 3차원 구조로 만들어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이 어떤 분자와 결합하고 작용할지에 대해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볼 수도 있다. 비용과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전에 이런 방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만 걸러낼 수 있어도 신약 개발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70여 개 제약·IT 기업이 손을 잡고 신약개발 전용 AI 개발에 착수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개인 유전체 및 질병 정보로 구축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AI로 질병을 예측하고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의료 서비스가 치료를 넘어 질병 예측 및 예방, 개인맞춤형 정밀의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산업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빅데이터, 병원 담 넘어 협력 모색= 국내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92%로 병원마다 '구슬'이 될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다. 하지만 병원 간 정보호환은 8%에 그쳐 막상 실질적인 성과를 '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정보의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어 아직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외부에서 활용하려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는 '비식별화'를 전재로 하는 데, 해외보다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어 기업과의 협업 등이 가로막혀 있다.
김 소장은 "지금은 환자가 병원을 옮기면 데이터를 연결할 수 없고 병원에 있는 데이터를 외부에서 활용하려면 비식별화를 전재로 하기 때문에 완결성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익적인 목적의 연구나 사업에는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협업 대상이 상당히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선 데이터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연구해 정책 수립 과정에 조언하는 한편, 현재 법적 테두리 내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개인이나 기업이 병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의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의료 빅데이터 분석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국내 병원이 의료 빅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한 건 이 대회가 처음이었고,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뇌전증, 유방암 등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최근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업무협약을 체결해 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연동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병원들은 진료 노하우가 녹아있는 의료 정보를 다른 병원에 공개하기를 내심 꺼려왔지만, 최근 의료 시스템 안에서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여러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김 소장은 "우선 3개 병원이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해 만성질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솔루션을 만들 계획"이라며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하고 AI 분석을 잘 하는 팀이 들어온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여러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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