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유차는 미세먼지 주범" 불신 커져
가솔린차 모델 판매 비중 최대 70% 넘어
국내 업체 라인업 9종… 올해만 5종 첫선
최다 제품군 보유 기아차, 연말 새 모델 출시
가솔린차 모델 판매 비중 최대 70% 넘어
국내 업체 라인업 9종… 올해만 5종 첫선
최다 제품군 보유 기아차, 연말 새 모델 출시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경유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선 우락부락한 덩치의 차량을 이끌기 위해선 연료비가 적게 들고, 효율이 높은 경유차가 제격이었다. 하지만 경유차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와 미세먼지 주범으로 내몰리면서 존폐 갈림길에 섰다. 경유차가 설 자리가 줄어들면서 완성차업체들도 휘발유 SUV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가 판매 중인 휘발유 SUV 차종은 9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5종이 추가돼 배 이상 늘어났다.
기아차가 쏘울, 스포티지, 쏘렌토를 판매 중이며, 연말께 소형 SUV 스토닉 가솔린 모델까지 출시되면 가장 많은 휘발유 SUV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 이어 현대차가 코나, 투싼, 싼타페 등 3종을 보유 중이다.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각각 소형 SUV 트랙스와 티볼리를 판매 중이며 르노삼성도 지난달 QM6 휘발유차를 추가하며 휘발유 SUV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국산차 업계가 잇달아 휘발유 SUV 출시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경유차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악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로부터 시작된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정부가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면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또 승차감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가솔린 SUV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휘발유 SUV의 강세는 최근 급성장 중인 소형 SUV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휘발유와 경유 등 두 가지 제품군을 모두 갖춘 국산 소형 SUV들의 휘발유차 판매 비중은 70%에 달한다. 국내 업체가 판매 중인 소형 SUV 10대 중 7대가 휘발유차라는 얘기다. 소형 가솔린 SUV가 인기를 끄는 것은 중형 등 비교적 큰 차량과 비교해 연료값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이 2013년 출시한 트랙스는 휘발유 SUV 시장을 두드린 것과 동시에 국내에선 가장 먼저 소형 SUV라는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출시 첫해 8000여대가 팔려나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4년 1만368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때까지 판매된 모든 차는 '100%' 휘발유차다. 2015년부터 경유 제품군을 더했지만, 전체 1만2727대 중 74.57%(9490대)의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2016년 60.05%로 주춤하긴 했지만, 올 들어 9월까지 71.63%(1만2641대 중 9055대)로 다시 70%대를 회복했다. 한국지엠은 모기업이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인 만큼 경유차의 강세 속에서도 휘발유차를 우선 출시하고, 경유차를 추후에 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소형 SUV 코나 역시 휘발유차 비중이 압도적이다. 올 들어 9월까지 판매한 1만2761대 중 휘발유차 비중이 71.56%(9132대)를 차지했다.
소형 SUV의 '왕좌'인 티볼리 역시 휘발유차가 강세다. 올 들어 판매한 4만2387대 중 67.70%(2만8698대)가 휘발유차다. 10대 중 7대가 휘발유차인 셈이다.
르노삼성의 QM6 휘발유차 역시 출시 첫 달부터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판매된 QM6 중 휘발유차는 1426대로, 57.78%의 비중을 나타냈다. 현대·기아차가 각각 준중형 SUV(투싼과 스포티지), 중형 SUV(싼타페와 쏘렌토) 등 기존 대표 SUV 휘발유차를 내놓으며 판매량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지만, 시장 수요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미국 등과 달리 휘발유 값이 경유 가격보다 높아 휘발유 SUV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국산차 업체들이 잇달아 SUV 제품군 다양화하면서 소비자로서는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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