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예상 사업금액 5.4억으로
낙찰 기업은 하도급 형태 추진
기술력 등 자격조건 없어 문제
ICT업계 제도개선 요구 잇따라
"국가안보 분야 조달입찰 해야"
낙찰 기업은 하도급 형태 추진
기술력 등 자격조건 없어 문제
ICT업계 제도개선 요구 잇따라
"국가안보 분야 조달입찰 해야"
내부자 자료유출방지와 해킹 보안 대책 강화를 위해 보안USB 3만 2520개를 도입하는 '국방보안 USB 구축사업'은 지난달 1차 최저가입찰제와 2차 적격심사제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저가입찰로 진행되면서 당초 16억원 정도로 예상됐던 사업금액이 5억 4000만원으로 깎였고, 그나마 최저가입찰로 실제 사업금액은 4억 3000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저가 낙찰로 사업 부실은 물론, 기술과 능력을 지닌 기업들이 구축되고 최저가 입찰을 일삼는 전문 '입찰꾼' 기업들만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국방보안 USB 구축사업은 당초 최저가 입찰로 A사에 낙찰됐으나 2차 적격성 심사에서 떨어져 차 순위인 B사가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한 보안USB 업체에 따르면, B사는 사업을 하도급 형태로 넘기는 조건으로 15%의 커미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저가 낙찰에 더해 하도급받은 기업의 사업은 적자로 진행될 수밖에 없고 국방보안 USB 구축사업은 결국 부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ICT 업계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최저가입찰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사업을 포함해 최저가입찰제는 일반적으로 입찰 대상 자격조건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소프트웨어진흥법에 따라 소프트웨어사업자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나 응찰 수 있다. 최저가입찰에서는 당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그래서 '개나 소나 다 입찰에 참여한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도 140여 업체가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자회사를 만들어 응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저가입찰의 폐해를 인정한 정부도 2014년부터 100억 원 이상의 사업에서는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 입찰자의 기술능력, 재무상태, 과거 계약이행 성실도, 자재 및 인력 조달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그러나 업계는 이마저도 요식적 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최저가입찰제의 문제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이번 국방보안 USB체계 구축사업 담당관인 국방부 송명근 중령은 "이번 사업은 국가계약법의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사업 구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낙찰자가 책임질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저가입찰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을 개정해 최저가입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저가입찰제가 예산절감의 목적이 있긴 하지만, 소탐대실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유찰된 국방부 백신도입사업처럼 백신 납품원가에도 못 미쳐 백신 개발사들이 모두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비단, ICT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청의 급식 및 방과후수업 입찰에서도 최저가 입찰로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 적 있다. 특히, 이번 같은 국방보안 분야는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최저가입찰에만 급급하면 사업이 부실화돼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정부에서 20년 이상 조달사업을 맡은 한 전직 공직자는 "국가안보 등 특수한 분야는 정상적인 조달입찰제로 가야 한다"며 "설령 최저가입찰제를 한다 해도 기술과 사업수행 능력 등을 감안해 응찰 자격을 엄격히 함으로써 진정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사업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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