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인 11일부터 12일, 14일 세 차례에 걸쳐 대우건설 적격 예비 인수 후보로 선정된 호반건설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 퍼시픽얼라이언스 등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하루에 인수 예비후보자 1곳씩 집중해서 진행하며 이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2주 뒤 본입찰에 들어간다.
예비 인수 후보들은 대우건설의 재무·영업 현황 등 실사를 통해 점검하며 기업 가치를 들여다본 후 적정 인수 가격을 산정, 본입찰에 참여할 지를 결정한다. 사실상 실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본입찰 후보 3개 업체의 인수와 관련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뛰어든 호반건설과 관련해서는 대우건설이 매각되면 국부유출 우려가 없어 산업은행이 가장 희망하는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공능력 평가 13위권의 호반건설은 지난해 울트라건설을 사들이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4500억원 규모이며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도 1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3위의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에는 규모나 자금 능력 면에서 힘에 부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면서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 경험이 전무한 호반건설이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을 제어하기에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연간 매출액이 112조원에 달하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최종 인수 후보가 되면 사드 사태로 경색된 한중 양국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건설업계 첫 모델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부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인수되면 중국 자본 진출의 활로를 뚫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2015년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건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2015년 말 수주한 8억4000만 달러(9174억원)의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을 비롯해 팜 게이트웨이 3억8600만 달러(4215억원), A 프로젝트 3억7000만 달러(4041억원) 등 3건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지난해 수주잔고 2조원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나 하이디스 기술 먹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퍼시픽얼라이언스는 본입찰 끝까지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또봇'으로 유명한 영실업을 인수한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으며 코웨이와 대성산업가스 등 조 단위가 넘는 인수 전에 뛰어들 정도로 국내 기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건설사의 경우 국내 경기 변동에 민감해 리스크가 크고 내년 국내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최종 본입찰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내년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 "국내 주택 공급 부문에 매출 초점이 맞춰진 대우건설의 내년 실적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이 인수 후보에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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