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LPG 차 친환경 논리는 억지… 오염 저감기술 개발·관리 더 중요
![[이덕환의 과학세상] (630) 친환경 자동차](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302101476788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30) 친환경 자동차")
LPG차의 친환경성을 의심하는 보도에 대한 환경부의 해명은 옹색했다. 일부 차종의 결과를 지나치게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배기가스 배출량은 차종뿐만 아니라 운행 조건과 정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환경부도 운행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PM10)를 유난히 많이 배출하는 LPG 차종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LPG차가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실 제도적으로 LPG차가 친환경차로 인정된 적은 없었다. 2005년에 제정된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그렇다. LPG차는 연비가 낮아서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그래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천연가스(CNG, LNG)차도 친환경차에서 삭제됐다. 긴 터널과 교통 정체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가스연료의 폭발·화재의 위험도 외면할 수 없다. 가스연료차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주장은 환경부와 가스연료업계의 일방적인 것이었다.
친환경차의 의미는 우리 사회의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 2009년 전기·태양광·하이브리드·연료전지로 한정했던 친환경차에 '클린디젤'을 추가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던 당시에는 연비가 좋은 클린디젤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심각해진 2012년부터는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작년 말에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배출하는 클린디젤은 친환경차에서 삭제됐다. 유럽 자동차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연비조작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가스연료차에서도 미세·초미세 먼지가 배출되고, 누출된 가스 연료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온실가스라는 사실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심지어 가스연료차가 국민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한 응축성 초미세먼지(PM2.5)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주장을 외면하던 환경부가 작년에야 대기환경보전법의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LPG차를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LPG는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이나 합성고무(폴리뷰타다이엔)의 원료다. 미국은 LPG를 대부분 화학산업용 원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소비량의 47.7%를 자동차 연료로 태워 없애버린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LPG는 정유공장과 유전의 부산물이다. 그런 LPG를 소비량의 무려 70%를 수입한다. LPG차의 연료는 전량 남이 버린 부산물을 수입한 것이라는 뜻이다. LPG 수입 산업이 국가 경제나 소비자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생산량의 65%를 수출하는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면 된다. 우리가 생산한 연료는 어렵게 수출하고, 남이 버린 부산물을 비싸게 수입해서 자동차 연료로 태워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경유 승용차의 허용 여부는 사회적으로 합의할 사안이다. 그러나 대형 버스와 트럭은 경유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연비도 낮고, 힘도 약한 LPG를 트럭 연료로 쓸 수는 없다. 오히려 대형 경유차의 오염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환경부의 가스연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볼썽사나운 것이다. 자칫하면 환경부가 윤리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무공해·친환경은 식품에서의 '천연'과 '자연'과 함께 하루빨리 퇴출시켜야 할 엉터리 수식어다. 세상에는 진정한 무공해·친환경 연료도 없고, 자동차도 없다. 전기와 수소도 공짜가 아니다. 소비의 절약과 합리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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