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시론] AI 특화 칩 연구개발 속도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902102351607001[1].jpg "[시론] AI 특화 칩 연구개발 속도내야")
GPU는 본래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의 일종이다. 그래픽 처리용 프로세서는 제조사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지만, NVIDIA가 그래픽카드의 차별화를 위해 GPU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GPU가 주목받는 이유는 막강한 연산처리 능력 때문이다. 초창기 GPU는 CPU에 비교해 할 수 있는 일도 적고, 성능도 미약했다. 그러나 게임을 비롯해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그래픽 품질이 날이 갈수록 정교하고 복잡해지면서 GPU는 이미지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연산성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기존에는 CPU를 여러 개 사용해 복잡한 연산 작업을 처리했지만, CPU보다 크기도 작고 저렴한 GPU를 연산 가속용으로 사용하니 시스템 구축비용을 크게 낮추면서도 작업 시간을 대폭 단축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GPU의 효용성은 복잡한 연산을 반복해 결과를 예측하는 각종 시뮬레이션 분야에 도입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현재 제조, 설계, 디자인,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GPU 가속컴퓨팅이 도입되면서 각종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그러나 GPU 기술은 AI 분야에 도입되면서 결정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GPU를 이용한 연산 가속컴퓨팅은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AI 학습 기법이 짧은 기간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2016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알파고 역시 GPU 가속컴퓨팅을 바탕으로 하는 AI 학습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NVIDIA는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뒤늦게 AI 뛰어든 인텔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GPU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자사의 주력인 CPU 기반의 AI 기술 개발과 더불어 GPU 쪽에도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랜 경쟁자인 AMD의 GPU를 탑재한 통합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CPU를 직접 개발하는 애플 역시 최근 모바일 GPU 독자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로열티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GPU 기술이 필요한 AI와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자체 기술 확보가 더 중요하다.
현재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동영상에 게재되는 타깃 광고의 정확도는 아직 불충분하다. 동영상 내용이나 상황을 이해하면서 적절한 광고를 표시하려면 높은 처리 성능이 요구되는데, 현재 AI 기술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IT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로는 AI 특화 칩 개발이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더 많이 이해해 타깃 광고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데 활용되며, 향후 클라우드에서 대량의 데이터 처리에 AI 특화 칩이 이용될 수 있다. 최근 그래프코어의 IPU(Intelligent Processing Unit) 칩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 특화된 칩으로 개발됐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삼성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머신 러닝을 활용한 음성 인식 서비스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AI 특화 칩이 필요하다.
또 AI 특화 칩은 클라우드 처리나 인터넷 접속에만 의존하지 않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자율주행차에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테슬라가 독자 AI 특화 칩 개발에 나선 것은 NVIDI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현재 테슬라 역시 모델S, 모델X에서 GPU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체 칩을 개발할 경우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설계를 추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NVIDIA의 의존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한편 테슬라 외에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자체 AI 특화 칩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그룹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는 GPU를 대체할 수 있는 AI 특화 칩을 만들어왔으며 포드와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GPU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보유한 블레이징DB에 투자했다.
최근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의료 산업 등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 PC와 스마트폰 중심의 수요와 함께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반도체 업계는 한동안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잘 수행하고 있지만 차세대 핵심 동력 반도체산업이 미비한 상태다. 한편 GPU는 본래 딥러닝에서 이용하기 위해 탄생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성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AI 특화 칩 제조에 나서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향후 AI 시대를 대비해 AI 특화 칩 시장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 또한 급격히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국가적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 하나를 잃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국가연구소, 기업, 대학교가 역할 분담하여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연구소와 기업은 협력해 자체 AI 특화 칩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대학은 AI 핵심 기반 기술을 수행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력을 양성해 연구개발에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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