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산책] 청탁금지법 개정, 법취지 살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20021034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청탁금지법 개정, 법취지 살려야")
그 중에서 특히 금품수수금지의 예외적 허용범위인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제한조항으로 인해 농축수산분야의 상거래가 매우 위축됐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는 관련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는 최근 이 분야의 상거래활성화를 기할 목적으로 선물비 제한액을 1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그 전원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결국 지난주 시행령 개정안이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만 원짜리 값비싼 선물을 공직자에게 선물하는 행위가 증가할 텐데, 과연 이렇게 하면 농축수산분야의 상거래가 정말로 활성화될지 및 그러한 선물을 받은 공직자들이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을지 하는 등의 의문이 다시 남는다.
거듭 말하지만, 청탁금지법을 시행한지는 이제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있다. 그런데 왜 벌써부터 청탁금지법에 손을 대려 애쓰는가. 사실, 선물값의 제한금액을 약간 인상한다고 해서 농축수산분야의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은 예단에 불과하고, 현재의 금액제한 규정 때문에 농축수산거래가 위축됐다는 주장도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시 감소세를 보이던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이 1년 전보다 2.4% 증가됐는데 이는 청탁금지법으로 소비가 위축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사회 부패방지수준을 OECD 평균정도로 끌어올리면 실질 국내총생산이 8.4%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아 부정부패방지에 힘쓰는 것이 곧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현행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는 제한가액 범위와 관련해 2018년말까지 타당성을 검토한 후 식대, 선물, 경조사비에 대한 기준을 재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청탁금지법은 스스로 최소 2년 이상의 법집행기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 시행 후 1년밖에 안 지난 지금 시점에서 벌써 제한금액을 인상하려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최소 3년이든 5년이든 상당기간 동안 법을 집행해 보고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로부터 상당 수준 깨끗해진 이후라면 금액제한을 다소 상향조정하더라도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상한액을 인상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10만 원짜리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을 것이 틀림없고, 이에서 더 나아가 농축수산분야의 상거래가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거나 흡족하지 않을 경우 제한액의 더 큰 폭의 인상을 또 주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청탁금지법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상의 3만원, 5만원, 10만원의 제한금액 내에서는 제한없이 금품을 주고받아도 되는 것으로, 즉 적법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단돈 천원이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청탁금지법의 원칙적 규정이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에 대해서만 그 제한금액의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금품수수가 허용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시행령에 규정된 금액제한을 인상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이 없다면 여전히 일체의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 되며 이를 주고받으면 법위반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추후에는 부정부패의 관습과 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출범시킨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말고 오히려 그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해 한국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사회로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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