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변화에 인수·합병 600건 넘을 듯
자동차 산업 내 M&A 줄고 이종 산업 증가
신기술 보유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 등 활발
자동차 산업 내 M&A 줄고 이종 산업 증가
신기술 보유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 등 활발
20일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산업 관련 M&A는 600여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580여건에서 소폭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에 육박한 것이다. 이 시장은 앞으로 2023년까지 매년 2.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환에 따라 올해 사상 최대에 육박할 정도의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전환에 있어 투자가 불확실한 데다, 기술 확보를 위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완성차 업계에서는 굵직한 M&A가 다수 진행됐다. 세계 3위 자동차 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시작을 알렸다. 회사 산하 유럽 브랜드인 오펠을 PSA그룹에 매각했다. 매년 유럽에서 약 100만대의 판매를 올려주고 있던 '알짜배기' 브랜드였지만, 지난 199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GM과 유럽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PSA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매각이 성사됐다.
특히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간 결합 등 이종 산업간의 '합종 연횡'이 활발해 지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자동차 산업 내 M&A는 134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나타낸 반면, 이종 산업간 M&A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3월 삼성은 국내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9조4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전장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했다. 이 건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규모로는 세계 최대였지만, 인텔이 올해 8월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배에 가까운 153억 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면서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협업도 늘고 있다. 포드는 올해 2월 AI 스타트업인 아르고 AI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5년에 걸쳐 투자하고,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도 앞서 8월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럭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50억원을 투자했다.
이 밖에도 상반기 닛산자동차는 핵심 부품업체 칼소닉칸세이를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44억 달러 매각했다. 특히 이 매각은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이 프랑스 르노에서 1999년 닛산 경영에 뛰어든 이래 '계열 해체'를 단행해 온 핵심 부품업체까지 처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칼소닉은 닛산의 계열사 가운데 핵심 중에서도 핵심업체로 꼽힌다. 매출 가운데 닛산에 대한 납품 비중이 80%가 넘는다. 앞으로 자율주행이나 전기자동차(EV)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 자동차업계도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독점 구도 속에 그동안 내부 계열사를 통한 거래가 주를 이루다보니 M&A에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의 자동차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IT(정보통신)기반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경쟁상대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에서는 자동차 부품사를 중심으로 '전환 전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는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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