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SK하이닉스 청주공장
가동땐 공급부족사태 발생 우려
중국 반도체업체들도 내년 양산
소재 공급부족 상황 심각해질듯
1000종 넘는 소재수급 파악안돼
국산화 등 산업육성책 마련해야
가동땐 공급부족사태 발생 우려
중국 반도체업체들도 내년 양산
소재 공급부족 상황 심각해질듯
1000종 넘는 소재수급 파악안돼
국산화 등 산업육성책 마련해야
그러나 정부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업계조차도 1000종이 넘는 반도체 제조용 소재 수급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공급 부족에 대한 선제 대응은 물론 국산 반도체 소재 산업육성책 마련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삼성전자 평택공장 2층, SK하이닉스의 청주와 중국 우시 등의 증설이 끝나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익명의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공장 증설과 사용량 증가로 반도체 공정용 세정제인 IPA(이소프로필알콜)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 삼성 평택, 하이닉스 청주 등의 증설 영향으로 심각한 소재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반도체 소재 공급선 다변화와 사전 예측으로 이미 물량을 확보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회사가 본격적인 증설 설비 가동을 시작하는 2019년에는 일부 소재의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화성 공장 일부 라인과 평택 2층에서 D램 양산을 시작할 경우 생산량이 현재 월 37만장(웨이퍼 기준)에서 2019년 60만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는 소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 중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관계자는 "헬륨과 텅스텐슬러리, 세리아슬러리, WF6(육불화텅스텐) 가스 등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헬륨가스의 경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7개국이 지난 7월 세계 헬륨 생산량의 30%를 담당하는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소재 제조사의 증설 움직임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WF6 등을 생산하고 있는 후성은 지난달 554억원 규모의 반도체 특수가스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내년 11월까지 연 2500톤 규모의 삼불화질소(NF3) 생산설비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재 종류가 1000여개에 이르는 만큼, 다른 소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반도체 소재 시장이 전방 산업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팹 공정(전 공정) 소재 시장은 작년 247억 달러에서 올해 275억 달러(약 29조6000억원)로 11.3% 성장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에 예측했던 올해 예상치(253억 달러)보다 22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6% 늘어난 4086억 달러(약 44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칭화유니그룹과 푸젠진화반도체, 창장메모리(YMT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내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의 수급 상황이나 소재 국산화율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현재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3년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의 자료를 인용,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이 2012년 말 기준으로 48.5%라는 수치를 내놓은 바 있지만, 이후에는 통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규모 등의 기업 비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재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재 수급 현황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관련 업체만 수백 개에 이르고, 이들이 다 반도체 소재만 만드는 것도 아니라서 일일이 다 전수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재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미세공정 한계를 신 소재로 극복해야 한다는 반도체 업계 과제를 고려하면, 정부가 먼저 소재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국산화 등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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