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뱅' 기대 이상 인기에
시중은행들도 금융혁신 '속도'
해외송금 한도↑·수수료는 ↓
주담대·소호 대출상품도 나올듯
시중은행들도 금융혁신 '속도'
해외송금 한도↑·수수료는 ↓
주담대·소호 대출상품도 나올듯
■ 혁신성장 2018
디지털금융 현장
로보어드바이저, P2P 대출,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금융시장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기 바쁘고 현금 사용도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삼성페이 같은 간편 결제, 생체인증 결제, 가상화폐 시장의 확산은 디지털금융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 처음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에 영업점을 중심으로 해 온 제도권 금융시장에 큰 파격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 디지털 신금융, 디지털기술 익숙한 2030세대가 변혁 주도 =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3일 만에 10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한 인터넷전문은행과 최근 투기광풍 논란까지 일으킨 가상화폐 열풍의 이면에 어릴적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에 친숙한 2030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세대들은 온라인에 대한 높은 접근성과 이해도, 신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
2030 세대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은 물론 과거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금융시장인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인터넷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계좌를 트고 화폐를 구입하거나 입금하는 전 과정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지만 이들에게는 무척 손쉽고 익숙한 접근법이었던 셈이다.
◇디지털금융 '메기효과' 가져온 인터넷전문은행 =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을 개시 한 지 한달 만에 300만명 가까운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뱅크 돌풍의 비결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서비스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구상 단계에서부터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해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지닌 기존 은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가능하게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면서 시중은행들도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금융권의 '메기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저금리 대출이나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으로 연일 실적을 올리자 시중은행도 금리 조정에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간편 송금도 은행권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하루에 50만 원까지인 간편 송금 한도를 100만 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5천 달러 국외 송금 수수료를 5천원으로 책정하는 등 창구 송금보다 대폭 싼 서비스를 내놓자 각 은행은 해외 송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중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베트남 등 아시아 15개 국가에 송금하는 수수료를 건당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돈을 받을 때 내는 중계수수료도 18달러에서 10달러로 인하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공동 설립한 '핀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겸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은행 전반에 서비스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수용 능력 이상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대출 신청이나 체크카드 발급·배송 등 일부 서비스에서 지연 현상이 발생할 정도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제한된 범위의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서비스가 확대함에 따라 메기효과는 더 증폭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 측은 전세자금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소호(SOHO) 대출 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가상화폐 '광풍', 미래금융 시장 시험대 = 디지털금융 시대, 특히 20~30대 세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시장이 비트코인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종목인 비트코인의 경우, 지금은 1000만원대에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때 2500만원 까지 치솟으면서 20~30대 청년세대에 인생역전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제도권 투자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는 주식시장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네이버,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에 투자한 20대 미만과 20~30대 등 젊은층 주주 비중이 최근 10년 사이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70대, 80대 이상 고령층의 주식시장 진입 비중은 늘었다.
이렇듯 기존 제도권 투자시장에서 내몰린 청년세대들은 가상화폐 시장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미래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시장은 디지털금융 시대의 통화 수단이란 평가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국경이 없는 금융, 개방형 디지털금융으로 인식되면서 투기광풍을 불러 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한 액수는 1인 평균 566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앱분석업체 와이즈앱 조사 결과 비트코인 앱 사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 24%, 40대 21%, 50대 이상 15.8% 등의 순이었다.
앱 이용자의 하루 이용시간은 26분으로 증권 앱(13분)의 두 배였고, 실행횟수는 67회로 증권 앱(15회)의 4배를 넘어 주식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세대 간 정보격차로 인해 이런 시각차가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상화폐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점 때문에 젊은 층들이 '투기'라는 인식보다는 '미래기술'에 흥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라고 인식하지 않고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해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며 "신기술이 연계돼 있으니 자신이 변화와 개혁에 발빠르게 대응해 자수성가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정식 선물시장에 편입돼 거래되고 있는 미국 등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정부나 금융권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가상화폐가 미래 디지털금융 시대, 새로운 가상화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바다이야기' 처럼 투기광풍을 조장하는 상품으로 전락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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