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자급자족 도시' 비전 200여개 프로젝트
30년전 시 전체 500㎞ 광케이블 구축해 기반 마련
2010년부터 구체화… IoT인프라·기술역량 등 최고
주변 환경 데이터 수집·활용하는 조명시스템 주목
낙후 지역 첨단단지 변신 모델, 부산서 벤치마킹도
각국 R&D 활발… 구글·인텔 등 IT기업 적극 공략
30년전 시 전체 500㎞ 광케이블 구축해 기반 마련
2010년부터 구체화… IoT인프라·기술역량 등 최고
주변 환경 데이터 수집·활용하는 조명시스템 주목
낙후 지역 첨단단지 변신 모델, 부산서 벤치마킹도
각국 R&D 활발… 구글·인텔 등 IT기업 적극 공략
■ 혁신성장 2018
글로벌 현장을 가다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바르셀로나'
가우디, 메시, 카탈루냐. 스페인의 제2 도시,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상징적 수식어들이다. 바르셀로나 등 역사가 오래된 도시들은 시내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지만 낙후되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역 또한 넘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방문한 바르셀로나는 수많은 관광객 인파와 따뜻한 봄 날씨를 뽐내며 글로벌 대표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해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 모델'을 도입하고 시민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 도시'를 비전으로 200개가 넘는 스마트시티 관련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런던, 싱가포르, 뉴욕 등을 제치고 시장조사기관 BI 인텔리전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로 꼽히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는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시민 참여지수, IT 기술역량, 데이터 개방성 등에서 최고점을 획득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대 모바일 IT 축제인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스마트시티 월드콩그레스'를 매년 개최하며 글로벌 도시 및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월드콩그레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행사로, 지난해에는 120개 국가 700여 개 도시에서 온 600여개 기업과 1만7000여명의 관객이 참가했다.
◇'시민 중심'의 바르셀로나 스마트 시티 모델= 인구 160만명의 바르셀로나는 이미 30년 전부터 시 전체에 약 500㎞ 길이의 광케이블을 구축하며 스마트시티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부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보다 구체화되며 관련 솔루션들이 곳곳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바르셀로나 시장은 시민 서비스의 효율성 증대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환경보호, ICT, 모빌리티, 수자원 관리, 폐기물 관리 등 총 12개의 분야에서 22개 주요 스마트시티 프로그램과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에게 많은 스마트시티 서비스가 이미 도입돼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원격으로 가로등을 관리하고 50개의 거리에 설치된 약 1100개의 가로등을 LED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스마트 가로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원격관리를 가능케 하는 인터넷 연결 기능 외에 지능을 더해 도심 조명시스템 효율성을 대폭 개선했다. 가로등이 주변 소음 수준, 움직임 여부를 파악해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스스로 조명 밝기를 높이고 사람이 없는 늦은 밤에는 조명 밝기를 낮출 수 있도록 한 것. 이외에도 가로등에 부착된 센서는 주변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주변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조명이 가져온 혁신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조명센서네트워크(LSN)는 전체 조명 시스템이 주변 환경에서 습도, 이산화탄소·산소 비율, 자외선 지수, 동작, 비디오, 주변 소리 등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런 데이터들은 치안 유지, 환경 개선, 교통 상황 확인 및 지진 대비 등 여타 시민 서비스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르셀로나는 연간 최소 30%의 전력 소비량을 감소시켰다.
또 바르셀로나는 '스마트 주차' 서비스를 통해 교통 혼잡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하는 주차 문제를 해결했다. 바르셀로나는 주차 공간에 차가 있는지 없는지를 감지하는 지름 약 15㎝ 크기의 동그란 센서를 아스팔트에 설치하고, 센서를 주변에 설치된 지능형 가로등과 무선으로 연결했다. 자동차가 빈 공간에 주차하는 즉시 연결된 가로등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주차 중'이라는 정보가 전달되고, 중앙관제 시스템을 통해 주차 공간에 대한 정보가 스마트폰 앱에 반영되는 원리다.
시스코의 '스마트+커넥티드 시티파킹' 솔루션이 활용된 이 시스템은 IP 카메라, 센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주차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적분에 시민들은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목적지 주변을 돌지 않아도 되는 것. 또 주차 단속 공무원들에게는 주차위반 정보를 전달하고, 시에는 주차와 관련된 애널리틱스를 제공해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장기 도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스마트주차 솔루션으로 바르셀로나는 주차 요금으로 인한 수익이 매년 5000만달러(540억원) 가량 증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스마트시티 열풍= 부산시 또한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바르셀로나의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낙후한 서부산 사상공단을 최첨단 스마트시티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상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위해서다. 현재 사상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난해 통과한 가운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바르셀로나 혁신지구 대표단이 부산을 방문해 사상스마트시티 현장을 둘러보고 자문활동을 하기도 했다.
22@바르셀로나는 낙후된 공업지역을 현대적인 업무, 주거, 교육 환경의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시킨 도시혁신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전통 제조업 공장과 업체들이 밀집한 포블레노우 산업단지를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ICT와 바이오 등의 지식집약형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도쿄, 서울 등 글로벌 선진도시 외에 개발도상국들도 대도시화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세계 도시인구는 지난 2015년 40억명(도시화율 54%)에서 오는 2050년 63억명(도시화율 66%)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급속한 도시화로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교통체증 증가, 질병 및 범죄율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가 함께 야기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도시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활성화에 가장 앞서나가는 미국은 지난 2015년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연방정부는 지역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정부 자원을 배분해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관련 솔루션 확보를 위해 25개 이상의 R&D 투자에 약 1억6000만달러(1700억원)를 들였다. 특히 민간 기업의 참여를 최우선의 가치로 인식해 민간부문이 접근하기 힘든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인력양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결정판 스마트시티 시장 잡아라"= 이 가운데 구글, 인텔, 시스코, 노키아, 화웨이, 다쏘시스템, 한컴 등 IT 기업들이 관련 솔루션을 내놓으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살기 좋은 도시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사이드워크랩'을 설립하고 미국 교통부 및 캐나다 등 각국 정부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PU 시장의 지배자에서 서버, IoT, 통신, 자율주행차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인텔 또한 스마트시티에서 선도적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은 자율주행차용 칩뿐만 아니라 도시의 교통 인프라 관련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시티는 세계 각국이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한국형 스마트시티' 브랜드를 발굴해 해외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도시 건설' 및 'IT인프라' 분야에서 오랫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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