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포럼] 인공지능, 야구하듯이 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2702102251056001[1].jpg "[포럼] 인공지능, 야구하듯이 하라")
세기의 대결 이세돌-알파고 대국이 딱 2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황금빛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고, 많은 기업들이 AI(인공지능)에 뛰어들었다. AI 관련 컨설팅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병원, 금융, 유통, 제조 기업들과 같이 열심히 딥러닝, 챗봇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여러 곳에서 성공적인 AI 응용 사례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에서는 2004년부터 인텔리전스 대상을 만들어서, 성공적으로 AI를 응용한 기업에게 상을 수여해왔다. 현재 공모 지원 및 추천 중이니 많은 기업들이 학회의 공모에 지원하시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러 딥러닝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 몇몇 기업이 소식을 알려와서, 정말 해결방안이 없는지 같이 연구하고 있다. 딥러닝이라는 것이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토론토대에서, 딥러닝의 아버지 힌튼과 같이 일하는 듀브노드 교수는 딥러닝이 물리학이 발전하기 전의 엔지니어링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누군가 논문으로 이런 내용을 발표합니다. '이런 다리를 만들어봤는데 작동하는군요!' 다른 논문은 이런 내용입니다. '이 다리는 무너졌어요. 하지만 기둥을 추가하니까 서 있군요.' 이제 기둥이 유행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아치를 만들어내고는 '아치는 끝내줘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이 등장한 뒤에야 "우리는 어떤 것이 가능하고 왜 가능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딥러닝은 아직 안정된 과학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다. 어떤 문제를 딥러닝으로 풀고자 할 때, 이 문제는 분명 "풀린다, 안풀린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제조기업에서 불량품의 자동 분류를 딥러닝으로 풀고자 할 때, 문제를 만족할 수준까지 풀 수 있는가를 확신하기 어렵다.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없다. 어떤 환경에서의 상황을 소리로 구분하는 딥러닝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할 때,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를 모아야 가능한지 미리 알기가 어렵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아서 못하는 것인지, 이 문제를 아직 딥러닝이 풀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될 때까지 해봐야 하는 것이다.
위의 듀브노드 교수 인터뷰를 실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TechM 테크엠 번역게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딥러닝의 새로운 응용을 찾을 때마다 딥러닝의 새로운 한계도 알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처음 접하는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 AI는 일반 상식이 필요한 문장을 분석하지 못한다. 딥러닝은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뇌를 흉내낼 지 모르나 피상적으로만 그렇다. 그 때문에 딥러닝을 이용한 AI가 종종 피상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딥러닝 등 AI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먼저 AI의 내재 역량을 구축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라. 외부 기업에게만 의존하면서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러면, 외부기업과 팀을 이루어 일하는 내부 조직은 조급함을 가지게 되고, 단기간에 개발된 AI 시스템이 최고임을 조직내에 역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는 것을 여러번 관찰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제한된 시간안에 제한된 인력이 개발한 시스템이 그렇게 최고일 리가 없잖아요?"
현 시스템을 최고라 여기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을 닫기보다는, 직원의 자발적 연구 개발을 독려하고, 외부의 연구 개발 노력을 흡수해, 새로운 모델의 원활한 도입을 통해 계속적으로 성과와 품질을 향상시키는 건강한 개방 경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후보 모델이 계속 개발되고, 기존 모델이 교체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인원들에 대한 AI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델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하고, 외부 제안이 있을 때 원활하게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성과를 테스트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전세계의 야구시즌이 시작됐다. AI 시스템 개발과 운영은 야구단 경영과 비슷하다. 야구단장, 감독이라면 새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겠는가? 선발 투수(모델) 만이 아닌 불펜 투수(모델)를 운용하고, 후보 및 신인 투수(모델)가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현업과 직결된 팀과 별도로 지속적인 모델 수립 및 검토를 진행하는 모델팀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원활한 후보 모델을 도입을 위해 AI 시스템을 모듈화하고 여러 기법을 앙상블하는 방법론을 활용해야 한다.
수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시즌보다는 더 나은 야구단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계속 더 나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매 시즌 노력해나가고 준비해나가는 것이다.
인공지능, 야구 하듯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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