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아 박사
![[요요 스토리] 물이 무섭다고? 요트세일링이 있잖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3002102251607001[1].jpg "[요요 스토리] 물이 무섭다고? 요트세일링이 있잖아~")
고령화 시대 나만의 건강 비법 챙겨야
다양한 프로그램 체험후 참여 바람직
'건강하게 잘 놀기' 지금부터 시작할때
"물가에 가지 마라~~:"
요트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의 첫마디는 물가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성장했으며 또 물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부모님께서 동일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물 조심 해라." "물가에 가면 안 좋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재학시절 수상스키하다 물에 빠진 적이 있다. 서핑과 스키의 특징이 결합된 수상스키 강의시간이 제일 관심 있었고 기다려졌다.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인간의 꿈이 실현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본자세를 배우고 물 위에서 스키를 신고 앉은 상태에서 배가 출발하면 로프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남들은 모두 한 번에 잘도 일어나는데 왜 유독 나는 엉덩이가 물에 붙어서 안떨어질까? 어린 시절부터 대둔근이 너무 많이 발달해서 무거운 걸까? 허리에 비해 지나치게 큰 엉덩이 때문에 수상스키를 잘 못하는 체형인가? 이대로라면 결국 실기점수가 바닥이겠구나! 하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남들은 보트에 매달린 줄을 잡고 멋지게 한강을 누볐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원 스키를 즐기며 한 편의 영화 주인공 같았다. 부러웠다. 필자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물살은 허벅지를 계속 쳐댔다. 로프를 놓쳤다. 앞으로 고꾸라지기를 수 십 번이나 반복했다. 배에 질질 끌려다니다 보니 한강 중간에 내가 둥둥 떠 있었다.
여대생을 놀리기라도 할 모양인지 보트를 운전하는 보트맨이 나를 두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기름을 보충하러 갔으려니 하고 그가 다시 올 때를 기다리며 따스한 햇살과 하늘, 바람을 즐기고 한강의 낭만과 아름다움에 취해 물 위에 떠 있었다. 인어공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고 구명조끼도 입고 있으니 겁도 없었다. 한강에 떠 있기를 몇 십 분이 지났을까? 점점 멀어져가는 친구들, 그리고 교수님, 사람들이 모두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내가 한강에 혼자 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다급해졌다. 목청껏 소리쳤다. 친구들 이름을 모두 불렀다. 마침내 "살려주세요. 사람살려" 그 다음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모두들 내 목소리는 안들리나 보다.
88올림픽대로나 강북강변도로를 지나면서 보게되는 잠실대교, 천호대교는 멋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리 밑 물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올려다본 회색 다리의 밑부분에는 초록색 이끼가 짙게 붙어있다. 섬뜩할 만큼 크고 무시무시하다. 다리는 금새라도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비 온 다음날이라 물살도 거셌다. 나뭇가지, 나뭇잎들이 둥둥 떠다니며 내 손가락 사이에도 달라 붙었다. 미역처럼 생긴 해조류들은 미끌거리며 내 몸을 자극시켰다. 소름끼쳤다. 심지어 물속에서 누군가 내 발을 잡아당기는 듯한 공포심까지. 무엇보다 힘든 건 추위였다. 점점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며 온몸이 떨렸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럴줄 알았으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술도 마셔보고, 연애도 하고 인생을 즐길 걸…'하는 후회와 함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어린시절 엄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물가에 가지마라~" 누구나 어르신들께서 물가에 가지 말라고 조언하시는걸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엄마가 장녀인줄 알았는데 큰 외삼촌께서 강가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날도 까마귀가 집을 맴돌았다는 말씀까지 곁들이시면서….
꽤 긴 시간 동안 추위와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저체온증으로 어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마저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대부분 동기들은 애인이나 남자친구들이 한강으로 데리러 왔지만 미팅도 안해 본 필자는 아빠께서 오셨다. 친언니, 그리고 아장아장 걸음마하던 조카까지 늘 가족이 왔다. 그런데 아빠께서 수업을 마쳤는데도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우왕좌왕하시다가 그때 멀리 떠내려가고 있던 필자를 발견하고는 교수님께 소리치셨다. "저기 내 딸이 물에 떠내려가고 있어요." 대학교 수업시간에 그것도 학부형 보는 앞에서 한강에 떠내려가고 있는 여학생, 모름지기 그때의 교수님도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이다. 그때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마치 술에 취해서 필름이 끊긴다고 하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부분부분 생각 났다가 기억이 사라진다. 멀리서 나뭇가지를 꺾어 흔드시면서 "경아야~~~" 하고 외치시는 아빠의 모습이 살짝 생각났다. 그 후 나를 구하러 오는 보트의 모습이 보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보트 밑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보트의 삼각형 선수부분이 마치 무시무시한 상어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선착장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잠시 후 친구들 모두 담요에 쌓인 나를 마사지 해주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호소했다. 그 보트맨은 아마도 교수님께 크게 야단맞았을 것이다. 여대생이 하도 못하니까 장난삼아 혼자두고 선착장으로 갔다가 학생을 까맣게 잊은 것이리라.
![[요요 스토리] 물이 무섭다고? 요트세일링이 있잖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3002102251607001[2].jpg "[요요 스토리] 물이 무섭다고? 요트세일링이 있잖아~")
그때의 트라우마로 필자는 아직도 수상스키를 못 탄다. 큰 맘 먹고 작년에 수상스키를 도전했지만 결국 다음 기회에 성공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아쉬움만 남긴 채 뒤돌아왔다. 반면 요트 세일링은 배 위에서 즐기는 거라서인지 너무나 재미있다. 물을 무서워한다고 해서 모든 수상레포츠를 멀리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요트가 지나갈 때 선미에서 물살이 방귀 뀌듯 하얀 파도가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속도감에 의해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의 청량감과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의 설레임. 그야말로 연분홍빛 노스탤지어다.
하지만 바쁜 현실 속에서 물놀이는커녕 요트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닌 현대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게다가 자녀들의 학원비, 생활비, 아파트 전세비용 등 너무나 많은 지출항목을 기획하다 보면 수상스포츠를 즐길 항목을 만들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세대는 더욱 심했다. 잘 못먹고 못살던 시절 오로지 자식의 성공만을 기도해왔다. 자식은 꼭 대학교에 진학해야 된다는 교육열로 대한민국이 이렇듯 빠른 성장을 이뤘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폐해도 많다. 지나친 입시전쟁, 성적표에 의한 사람의 평가, 비인격적 수업방식 등 스트레스라는 사슬로 얽히고 또 얽혀 숨통이 트일 방법을 모르고 살아왔다. "성적은 행복 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제목처럼 공부가 우리의 행복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부도 1등, 뭐든지 1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우리들이 애처롭다.
OECD 국가 중 자살률도 단연 1위, 게다가 연평균 근로시간도 세계 최장이다. 국민들 마음속엔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고 업무 과중으로 운동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 직장인들의 현주소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약육강식은 동물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세상의 리더로서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주먹 불끈 쥐던 젊은 시절은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심신이 경직되어 간다. 이대로 늙을 것인가? 노인이 됐을 때 과연 나의 취미는 뭘까? 고령화시대를 대처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우아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
스스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한 가지씩은 꼭 갖기를 바란다. 요트세일링을 하면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일단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요트에 입문하자. 비싼 요트를 구입하고 유지보수 하느라 신경쓰기 보다는 처음에는 체험기회도 갖고 그 후 더 깊은 관심이 생길 때 요트면허나 보트조종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운전면허증처럼 요트면허도 필기시험 실기교육 후 생각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다. 면허취득 후 요트, 보트 대여를 통해 연습할 수 있는 기회도 활용하기를 바란다. 용기가 부족해서다. 그리고 물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아니, 물을 무서워한다 해도 요트는 가능하다. 위험성으로 따지면 자동차나 비행기는 어떻게 타고 다니겠는가? 노년이 되어 가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사랑을 키워가는 삶이야말로 성공적인 노화의 전형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버니스 뉴가튼 심리학과 교수는 55세부터 75세를 '영 올드(Young Old)'라 명명한다. 모두가 알듯이 요즘 60대는 노인이 아니다. 그만큼 젊고 건강하며 일할 나이라는 거다. 갑작스런 은퇴로 방황하는 영올드 세대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손주만 돌봐주기엔 너무 아까운 인력들이다. 문제는 경제력이다. 돈 없이 점점 노년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2016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75세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21%다. 부채가 20% 이상 더 많다는 뜻이다.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의술의 발달,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샌드위치 세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노부모와 중년 자식 사이에 낀 60대 전후를 말한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위 아래 다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짐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혼자놀기 연습해야 한다. 배우자, 친구들과 인생을 즐기는 법을 터득하고 잘 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자. 일단 건강이 먼저다. 그래야 일도 하고 돈벌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허함과 외로움을 떨치는 심신의 훈련도 해야 한다. 그 상태에서 봄의 기운을 듬뿍 받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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