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콘텐츠 스타트업인 '라돈'의 오서빈 대표는 스스로를 '손 본능 지킴이'라고 일컫는다. '현대인의 손을 스마트폰으로부터 찾아오겠다'는 사업 지향점이 담긴 표현이다.
오 대표는 카이스트 재학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손 재주꾼으로 통했다. 그는 색칠이나 조립을 통해 무언가를 완성시켰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전공은 산업디자인이었지만 핸드메이드에 푹 빠져 있어 주변에서 우려도 컸다.
오 대표는 졸업한 뒤, 자신의 취미와 전공을 조화시켜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핸드메이드 재료를 공수하기가 번거로워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으며, 산업디자인의 3D 프린터를 여기에 활용했다. 오 대표만의 취미용 'DIY 키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이 아이템으로 창업하기로 결심했으며, 이후 2014년 카이스트 E5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라돈을 창업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메이커스리그' 우수상도 수상했다.
라돈의 주력상품은 아트토이 제작용 키트이며, 20∼30대 직장인을 겨냥하고 있다. 이 키트는 퇴근 후 몇 시간 정도 투자하면 손쉽게 아트토이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매뉴얼대로 인형 부위마다 물감을 칠하다 보면 인형이 완성된다. 인형 모형과 붓, 물감, 매뉴얼 등은 기본 아이템이다. 오 대표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금형 틀 비용을 절감하고 전기세와 재료비만으로 아트토이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했다.
라돈의 키트가 온라인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 사업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여기저기서 협업 러브콜이 들어왔으며,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전래동화 캐릭터 인형도 출시했다. 라돈은 현재 국립 박물관들과도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카페24'의 온라인몰 솔루션을 활용해 몰을 구축, 일반 고객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오 대표는 아트토이 다음 아이템 후보로 '인센스 스틱'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센스 스틱은 향초처럼 불을 붙이지 않고도 향기를 내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 사업 지향점은.
"선사시대에도 사람이 벽화를 그렸다.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과정에 무궁무진한 즐거움이 담겼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빠져 실물을 만드는 이들이 흔치 않다. 잊혔던 '손 본능'을 되찾아주고 싶다."
- 3D 프린팅이 핵심 기술인가.
"아트토이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앞으로 선보일 아이템 종류에 따라 3D 프린팅은 배제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고, 상황에 맞춰 다른 기술도 많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SNS상에서 키워드를 추출, 취미 트렌드를 연구하는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일종의 빅데이터 작업인데 아이템 선정을 위해 중요하다."
- 앞으로 목표는.
"아트토이와 스틱은 물론 공예, 티브랜딩, 자수 등 다양한 분야에 욕심이 생기고 있다. 고객과 파트너 기업, 기관 등을 위한 신선한 키트 아이템을 개발하겠다. 보유한 지식을 제품 콘텐츠로 만들어 널리 공유하는 게 장기적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