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시론] `졸속` 창업 활성화대책, 실효성 따져봤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0402102351607001[1].jpg "[시론] `졸속` 창업 활성화대책, 실효성 따져봤나")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과 무차별한 규제로 인해 민간 시장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고갈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의 민간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단 4000개에 불과하다. 이는 1년 전의 35만개에 비해 1.1%에 불과한 것으로 그간의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의 의문을 넘는 위기의 상황이다.
이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당황스러운 결과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긴급하게 일자리 대책을 근간으로 하는 4조원대의 추경을 추진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일자리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중에 청년 창업을 위한 대책이 중요한 꼭지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위원회를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지금까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모든 대책을 열거하는 이상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최대 1만명까지 생활혁신창업자에게 6000만원의 융자와 최대 3000명까지 기술혁신 창업자에게 1억원의 오픈바우처를 지원한다고 한다. 창업아이디어를 UCC를 통해 공모하고 일반국민의 투표와 민간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업에 벤처캐피탈이라는 고도의 금융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창업의 성공은 아이디어 보다도 창업팀의 역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판단이 불가능하다.
또한 벤처캐피탈은 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공유하기 때문에 책임 있는 지원은 물론이고 엄격한 선별 기능을 행사한다. 하지만 제3자인 일반인과 민간 심사원들에 의한 투표나 심사는 이러한 성과에 대한 책임과 인센티브가 결핍되기 때문에 올바른 선별기능을 할 수 없다. 결국 예산의 낭비는 물론이고 좀비 기업을 양산해서 견실한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해외 우수인재의 국내 기술창업을 위해 자금과 인큐베이팅 등의 지원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국내 벤처들도 규제로 신음하는 마당에 해외에서 국내에 진입한다면 이는 정부의 눈먼 돈을 타기 위한 벤처 먹튀일 뿐이다. 소수 해외기술이 국내 창업된다고 해도 청년 실업해소 방안과는 관계가 먼 정책이다.
청년창업의 대책으로 제시되는 자금지원, 세금지원, 무료 창업공간 지원 등은 지금도 넘쳐 나고 있는 제도의 반복적 열거이기도 하고, 그러한 지원들은 좀비기업 또는 의존형 기업의 연명으로 인한 시장의 옥석 가리기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모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OECD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창조경제 정책 덕택으로 이미 GDP 대비 벤처투자의 비중이 OECD국가 중에 4위에 이를 정도로 정부 주도의 창업투자 지원정책이 지나칠 정도로 급성장한 나라다. 그러나 건당 투자액은 이스라엘, 미국 등 창업 선진국들에 비해 십 분의 일 수준으로 정부 자금 나눠 먹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나 고민이 철저히 결핍된 급조된 예산 낭비의 창업지원책들 대부분이다.
이는 생계형 창업은 과밀한 자영업자로 인해 생존가능성이 낮고, 벤처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하고 좌절하는 현실을 타파할 획기적 규제 개혁과 구조조정 등 어렵고 근본적인 해결책의 추진 의지나 능력이 없으니 실효성 없는 기존 정책의 열거와 확대로 면피성 시늉을 내는 것이거나, 선거를 의식한 추경 돈 풀기에 꾀어 맞춘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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